사진쓰기
― 양달과 응달

 


  사진을 찍을 적에 빛이 늘 알맞게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 바로 이런 빛이지!’ 할 적이 있으나, ‘이런이런, 이런 빛으로 사진을 어떻게 찍나?’ 할 적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잦은지는 모릅니다. 다만, 빛이 알맞든 알맞지 않든, 사진으로 찍고 싶으면 스스로 사진기 노출을 잘 맞추어야 할 뿐입니다.


  지난날 필름사진기만 있던 때에는,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이 빛을 아주 잘 살피고 알지 않으면 사진이 모두 엉망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디지털사진기는,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이 빛을 썩 잘 모르거나 제대로 못 살피더라도, 사진기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제법 괜찮게 사진을 찍어 줍니다. 다만, 내가 찍고 싶은 자리에 있는 내가 찍고 싶은 모습이 양달과 응달로 또렷하게 갈린다면, 아무리 디지털사진기라 하더라도 갈팡질팡 망설여요. 양달로 맞추어야 하는지 응달로 맞추어야 하는지, 사진기가 오락가락합니다.


  누군가는 양달에 빛을 맞춥니다. 누군가는 응달에 빛을 맞춥니다. 누군가는 양달과 응달 사이에 빛을 맞춥니다. 양달에 빛을 맞추면 응달이 아주 어둡습니다. 응달에 빛을 맞추면 양달이 아주 하얗습니다. 가운데 언저리에 빛을 맞추면 이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설픈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에 맞추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는가를 알려면, 세 가지를 모두 찍어야 합니다. 양달에도 맞추어 보고, 응달에도 맞추어 보며, 가운데쯤으로도 맞추어 봅니다. 디지털사진기로는 곧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 이렇게 석 장 찍고 나면, 내 마음을 사로잡는 빛을 깨달을 만해요.


  사진 한 쪽이 하얗게 날아가도 됩니다. 사진 한 쪽이 까맣게 어두워도 좋습니다. 사진에 담으려는 이야기를 맨 먼저 헤아리셔요. 사진에 담으려는 이야기가 참말 내가 바라는 이야기인가 아닌가를 살피셔요.


  나는 내 사진을 ‘살짝 어두운 빛’에 맞추어 찍습니다. 살짝 어두운 빛에 맞추면 그늘진 자리에서도 얼굴빛이 살그마니 살아나면서 하얀 데가 덜 하얗습니다. 이불놀이를 하는 우리 집 아이들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으며 생각합니다. 응달 자리를 더 찍으면 ‘사진멋’은 한결 살아날 수 있겠다고 느꼈는데, 나는 ‘사진멋’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골빛’을 사진에 넣고 싶어요. 그래서 살짝 어두운 빛에 맞추느라 대문 너머 시골마을 모습이 좀 하얗게 날아가는 느낌이 되지만,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이 사진을 새삼스럽게 돌아본다면, ‘아하, 우리들이 어릴 적에 놀던 집과 마을이 이런 모양 이런 빛이었구나’ 하고 되새길 수 있어요. 이불을 말리느라 빨래줄에 널어 마당에 그늘이 넓게 드리우는 겨울날인데, 마당이 넓게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으면 응달빛이 퍽 멋스러운 사진 되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처럼 아이들 웃음빛과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골빛을 나란히 담고픈 마음에 대문 너머 모습이 살짝 하얗게 날아가더라도 이곳을 더 넓게 사진에 담겠지요.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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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9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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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9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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