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무 책읽기 2 - 모가지 뎅겅 잘린

 


  학교나무는 교장 자리에 선 어른 생각이나 마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제아무리 오랫동안 학교나무를 살뜰히 돌보거나 아낀 교장 한 사람 있었다 하더라도, 이 자리를 이은 뒷사람이 모가지를 뎅겅 자르면 그만 나무는 난쟁이가 되고 만다. 난쟁이가 된 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기도 하지만 다시 위로 줄기를 올리고 싶다. 하늘바라기로 자라는 나무이니, 모가지를 자르고 또 잘라도, 가지를 끊고 또 끊어도, 하늘을 바라보며 자라기 마련이다.


  읍내 초등학교 옆을 걷다가 모가지 무시무시하게 잘린 버즘나무를 본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힘겨울까. 얼마나 고단할까.


  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심은 나무는 왜 씩씩하게 하늘로 쭉쭉 뻗을 수 없을까. 나뭇줄기를 뭉텅 잘라, 모가지를 뎅겅 자르듯이, 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꿈과 빛과 사랑을 뎅겅 자르는 교육을 하겠다는 뜻일까.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꿈과 빛과 사랑을 무럭무럭 키우는 학교로는 나아가지 않고, 모든 아이들 키를 똑같이 맞추겠다는 학교라는 소리일까.


  소나무 가지를 휘어 놓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나무가 나무답게 자라지 못하고, 모가지를 뎅겅 잘리거나 가지가 꺾이거나 휘어져야 한다면, 나무를 이렇게 마구 다루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을까.


  공무원은 길거리에 심은 나무가 더 자라지 않도록 가지와 줄기를 뭉텅뭉텅 자르면서 ‘수형조절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교사는 아이들 꿈과 빛과 사랑을 모조리 싹둑싹둑 자르면서 ‘교육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나 궁금하다. 4346.1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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