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

 


밤에 아이들 쉬를 누여
다시 다독여 재우고는
슬그머니 부엌 불 켠다.

 

냄비에 누런쌀 흰쌀 보리쌀
골고루 부은 뒤
찬물로 헹군다.
다시마 끊어서 불리고
느긋하게 잠자리에 눕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끓이고
마당에서 풀을 뜯고
까마중 훑고
찬찬히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은 밥 먹기 앞서
큰아이 작은아이 갈마들며
똥을 눈다.
밑을 씻기고 옷 갈아입힌 뒤
둘이 놀도록 하고는
“자, 이제 밥 먹자.”

 

밥 잘 먹은 아이들은
마당에서도 놀고
마루에서도 놀며
방에서도 고샅에서도 논다.

 

작은아이 슬슬 눈꺼풀 감길 무렵
다독다독 낮잠을 재우고
큰아이는 공책 펴서
한글놀이 함께 한다.

 

따르릉 전화 울린다.
큰아이와 얘기하는데 걸리적거리고
작은아이 깰랴 걱정하지만,
상품광고 보험회사 일꾼은
집에서 아이 돌보는 줄 안 믿는다.

 

가까운 벗도
밥하느랴 바쁘거나
빨래하느라 부산하거나
아이 재우느라 고단한 줄
하나도 안 믿는다.

 

왜,
어머니만 밥하고 빨래하며 아이 돌보나.
왜,
아버지는 밥하고 빨래하며 아이 돌보면
거짓말 하는 줄 여기나.

 


4346.1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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