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7) 존재 167 : 속도의 차이가 존재

 

속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인간의 생활은 어디를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시노 미치오/김욱 옮김-여행하는 나무》(갈라파고스,2006) 247쪽

 

  ‘속도(速度)’는 ‘빠르기’로 다듬고, ‘차이(差異)’는 ‘다르다’로 다듬습니다. “속도의 차이가”는 “빠르기가 다른”이나 “다른 빠르기”로 손보면 됩니다. “인간(人間)의 생활(生活)”은 “사람살이”나 “사람들 삶”이나 “우리 삶”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속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
→ 빠르기가 다를 뿐
→ 빠르거나 느릴 뿐
→ 빠르거나 느리기만 할 뿐
 …

 

  이 글월에서는 ‘존재할’을 ‘있을’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존재’만 다듬어서는 말짜임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속도의 차이”란 무엇일까요. 빠르기가 다르다는 소리인데, 사람들 삶에서 빠르기가 다르다 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문명이 빠르게 달라지거나 천천히 달라진다는 뜻일까요. 바쁘게 살거나 느긋하게 산다는 뜻일까요.


  곰곰이 생각하면, 이 글월은 일본글에서 한자만 한글로 바꾸고 ‘の’는 ‘-의’로 고친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速度の差異が存在”를 껍데기만 한글로 옮겨적은 꼴입니다.


  무늬만 한글이어서는 한국말이 안 돼요. 겉모습이 아닌 알맹이로 한국말이 되어야 알맞습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이 한국말을 조금 더 깊고 넓게 살피는 한편, 한국말을 알뜰살뜰 새롭게 익혀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6.12.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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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거나 느릴 뿐 사람들 삶은 어디를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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