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34] 대문을 열면
― 삶그림

 


  대문을 열면 언제나 아름다운 그림 하나 우리 앞에 드리웁니다. 대문 뼈대를 그림틀 삼아 바깥을 바라보며 늘 아이 좋구나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아름다운 그림을 날마다 누리니 얼마나 고마운 삶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을 이웃 할매와 할배 모두 아름다운 그림을 언제나 누리기에 일흔이나 여든 나이에도 씩씩하고 튼튼하게 흙을 만지며 살아가실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큰아이가 대문 뼈대를 밟고 그네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제 더는 대문 뼈대를 그네로 삼는 놀이는 못 하게 할밖에 없어 아이한테 미안하지만, 나중에 대문틀을 튼튼하게 마련할 수 있으면 그때에 놀면 돼요. 아무튼, 큰아이가 한참 그네놀이를 대문을 밟으며 할 적에 평상에 앉아 바라보는데, 대문 뼈대 밟고 오락가락하면서 바깥 모습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할 적에, 꼭 그림 하나를 보여주었다 감추었다 하는 느낌이 들어요. 새삼스럽다고 할까요, 새롭다고 할까요. 사랑스럽다고 할까요, 산뜻하다고 할까요.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그림 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국민학교 다닐 무렵인데, 학교에서 ‘어른인 교사’들은 무언가 가르치면서 으레 ‘그림 같은 집’이라는 말을 썼어요. 아주 멋있거나 훌륭하거나 아름답다고 할 적에 ‘그림 같은’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림 같은 집이란 돈으로만 이룰 수 없으리라 느꼈어요. 이러면서 나는 나중에 반드시 그림 같은 집에서 살겠어, 하고 생각했어요. 대문을 열면 언제나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지는 집, 대문을 열지 않더라도 마당에서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누리는 집, 마당으로 내려서지 않고 대청마루에 앉더라도 아름다운 그림을 즐기는 집, 대청마루 아닌 방이나 부엌에서도 늘 그림이라 할 이야기를 한껏 가꾸는 집에서 살림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벌거나 모아서 그림 같은 집에서 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내 삶은 그림 같은 집에서 아름답게 이루어지겠다고 느꼈어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그림 같은 집을 누릴 수 있는가 하고 따지지 않았어요. 어디에서라도 우리 집은 늘 그림 같은 집이 되기를 빌었어요.


  이 시골집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슨 꿈을 꿀까 궁금합니다. 아이들 아버지는 그림 같은 집을 꿈꾸다가 참말 그림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꿈을 그려 어떤 아름다운 빛을 이 지구별에서 이룰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며 살아가는 나날을 두근두근 설레면서 손꼽아 기다립니다. 4346.12.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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