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19 : 엄동설한

 

엄동설한의 깊은 밤, 적산가옥 다다미방에서 잠들어야 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인가 봐
《이운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창비,2012) 201쪽

 

  “어린 시절(時節)”은 “어린 날”이나 “어릴 적”으로 다듬습니다. 가만히 보니, “어린 시절 이야기”라는 대목에는 토씨 ‘-의’를 넣지 않았으나, 첫머리 “엄동설한의 깊은 밤”에는 ‘-의’를 넣었어요.
  한자말 ‘엄동설한(嚴冬雪寒)’은 “눈 내리는 깊은 겨울의 심한 추위”를 뜻한다고 해요. 한 마디로 하자면 ‘겨울추위’입니다. 겨울에는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서 추워요. 그러니 ‘겨울추위’입니다.

 

 엄동설한의 깊은 밤
→ 추운 겨울 깊은 밤
→ 춥디추운 겨울 깊은 밤
→ 눈 내리고 추운 깊은 겨울밤
 …

 

  제 말을 하는 사람이 제 넋을 살립니다. 제 넋을 살릴 적에 제 빛이 납니다. 추운 겨울이 어떻게 추운가 하고 생각을 기울이면, 추운 모습을 여러모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눈과 바람이 어떻게 추운가를 떠올리면, 추운 겨울날 삶빛을 저마다 다르면서 재미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며 누리는 겨울 날씨를 곰곰이 헤아리면서 말빛 따사롭게 여밉니다.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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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깊은 밤, 적산가옥 다다미방에서 잠들어야 했던 어린 날 이야기인가 봐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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