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사진을 찍는 넋

 


  사진을 찍는 사람마다 스스로 좋아하거나 즐기면서 찍는 모습, 이른바 ‘사진감’이 있다. 다른 사진감에는 그리 눈길을 두지 않을 테지만, 저마다 좋아하거나 즐기는 모습 앞에서는 시간 흐르는 줄 까맣게 잊고 사진찍기에 흠뻑 젖어든다. 나한테는 ‘헌책방’하고 ‘인천 골목길’과 ‘우리 집 아이들’이 이러한 사진감이 되는데, 문득 한 가지를 깨닫는다. 같은 자리에 서도, 내가 바라보는 헌책방과 내 이웃이나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헌책방은 사뭇 다르다. 내가 바라보는 인천 골목길과 내 이웃이나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인천 골목길은 아주 다르다. 내가 바라보는 우리 집 아이들이랑 내 이웃이나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우리 집 아이들은 너무 다르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가 헌책방을 사진으로 찍기로 한 까닭은, 신문기자 때문이다. 신문기자가 헌책방을 취재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어둡고 지저분하고 퀴퀴하며 낡은 티가 물씬 흐르게 찍어서 신문에 싣곤 한다. 다큐작가라는 이들도 헌책방을 이러한 모양새로 찍고, 책을 좋아한다는 이들도 이러한 모습으로 찍기 일쑤이다. 헌책방에 감도는 책빛과 책넋을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사진기를 든 탓일 테고, 헌책방에 흐르는 사랑빛과 삶을 살가이 받아먹지 않고서 사진만 찍어댄 탓이리라 느낀다. 그러면, 나는 헌책방을 어찌 바라보는가? 나는 헌책방을 좋거나 나쁘게 바라보지 않는다. 헌책방에서는 그저 아름다운 책을 만날 뿐이고, 헌책방에서는 늘 사랑스러운 책빛을 누릴 뿐이다. 헌책방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내 가슴으로 스민 아름다운 책을 살포시 찍으려 하고, 헌책방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을 적에는 마음속에서 샘솟는 사랑을 담고 싶다.


  인천이든 부산이든 서울이든, 골목동네에서 마주하는 골목빛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도 이와 같다. 내 살가운 이웃과 동무가 살아가는 예쁜 보금자리가 골목동네라고 느낀다. 내가 사진으로 담으려는 골목길이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꽃피우는 삶빛이다. 삶빛이 사랑빛 되고 사랑빛이 꿈빛 되어 흐르는 재미난 이야기를 사진꽃으로 길어올리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다가서느냐에 따라 사진이 다르다. 얼굴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이녁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얼굴사진에 이녁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이녁한테서 아무것도 못 느끼면 이녁한테서 아무것도 못 느끼는 마음이 배어난다. 이녁을 제대로 모르는 마음이라면 이녁을 제대로 모르는 마음이 드러난다. 응큼한 속내로 사진을 찍으면 응큼한 속내가 고스란히 사진에 흐르고, 따순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따순 마음이 낱낱이 사진에 깃든다.


  아름다운 사진을 이루는 밑바탕이란 아름다운 마음이다. 사랑스러운 사진을 일구는 밑힘이란 아름다운 사랑이다. 멋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아무래도 스스로 멋있게 살아야 멋있는 사진을 찍겠지. 그럴듯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럴듯하게 보이는 삶을 누리면 그럴듯한 사진을 빚기만 한다. 마음이 몸가짐 되고, 몸가짐이 사진을 낳는 손길이 된다. 4346.1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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