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0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8

 


곱게 이으면서 흐르는 사랑
―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토미 드 파올라 글·그림
 이미영 옮김
 비룡소 펴냄, 2003.5.3.

 


  아이들한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마당으로 나와서 평상에 앉으면, 아이들도 어느새 알아차리고는 조용히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나와 평상 둘레에서 깔깔거리면서 뛰어놉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살며시 집 둘레 풀을 뜯거나 꺾거나 뽑으면, 아이들 또한 어느덧 알아차리고는 살며시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나와 풀을 뜯거나 꺾거나 뽑는 시늉을 합니다.


  자전거를 타려 하면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싶습니다. 하늘바라기를 하며 기지개를 켜면 아이들도 하늘바라기를 하다가는 기지개를 켭니다. 뒷짐을 지고 걸으면 아이들도 뒷짐을 지고, 하하 웃으면 하하 웃으며, 비비배배 노래를 부르면 비비배배 노래를 불러요.


  밥상맡에서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아이들도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밥상에서 푸성귀를 집어먹으면 아이들도 푸성귀를 집어먹어요. 오이를 마요네즈에 찍으니 아이들도 오이를 마요네즈에 찍습니다. 무를 된장에 찍어 먹으니 아이들도 무를 된장에 찍습니다. 아이들한테 어버이란 삶을 배우는 거울입니다. 아이들한테 어버이는 따사로운 품이며 넉넉한 가슴입니다.


.. 토미가 어렸을 때, 토미에게는 할머니와 증조할머니가 있었어요. 토미는 두 분 모두 무척 사랑했지요 ..  (5쪽)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어버이이면서,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는 아이입니다. 곧, 나와 곁님은 어버이가 되면서 아이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 어버이는 우리한테 어버이라 하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아이가 되어요. 차츰차츰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들 아이이면서 어버이입니다.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며 자랐고, 누구라도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면서 빙그레 웃었어요.


  새와 벌레도 사람과 같습니다. 짐승과 물고기도 사람과 같아요. 어미가 새끼를 낳아 사랑으로 돌봅니다. 새끼는 사랑을 먹으며 자라 씩씩한 어미가 되어요. 풀과 나무도 이와 똑같아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열매에 씨앗이 깃들어요. 이 씨앗이 바로 새로운 나무가 자라도록 북돋우는 빛입니다. 지구별 모든 목숨은 너른 사랑을 받아 태어났고, 지구별 어느 목숨이든 너른 사랑을 다시 새로운 숨결로 불어넣으면서 발그레 웃어요.

 


.. 토미는 할아버지와 아래층 할머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지요. 그러고는 곧장 위층 할머니 방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하지만 침대는 텅 비어 있었지요 ..  (24쪽)


  토미 드 파올라 님 그림책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비룡소,2003)에는 오래도록 잇는 따사로운 사랑 이야기가 차분히 흐릅니다. 위층 할머니는 아래층 할머니를 낳은 어머니예요. 아래층 할머니는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예요. 어머니 사랑이 딸한테 이어지고, 딸은 다시 어머니 되어 새로 낳은 딸한테 사랑을 이어요. 새로 자라는 딸은 이윽고 어머니 되어 새 아이를 낳아 사랑을 이어줍니다.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위층 할머니’는 그만 숨을 거두어요. 숨을 거둔 뒤에 ‘그림책 나’는 위층 할머니를 더는 만나지 못해요. ‘그림책 내’가 하루하루 자라는 사이 아래층 할머니가 시나브로 위층 할머니 되고, 위층 할머니 된 ‘아래층 할머니’도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분이 됩니다.


  바야흐로 ‘그림책 나’는 어른이 됩니다. 아이 티를 벗고 어른답게 철이 듭니다. 두 할머니를 마음속으로만 담아 그립니다. 그리고, ‘그림책 나’를 낳은 어머니가 천천히 할머니 되어요. 머잖아 ‘그림책 나’는 할아버지 될 테고, ‘그림책 내’가 낳은 아이도 어른이 되면서, 새로운 숨결 푸르게 이어받는 아이가 태어나겠지요.


  사랑이 곱게 흐릅니다. 꿈이 따스하게 감돕니다. 노래가 차분히 퍼집니다. 이야기가 한 올 두 올 새롭게 옷을 입으며 환하게 비춥니다. 위층 할머니도, 아래층 할머니도, 우리 어머니도, 나도, 우리 아이들도, 모두 맑은 웃음이요 빛나는 사랑인 삶입니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