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하나씩

 


  밥상에 하나씩 얹는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면 알아서 무엇이든 집어서 먹겠지 하고 생각하며 밥상에 하나씩 얹는다. 다만, 밥을 끓이고 나서, 국거리를 송송 썰어서 국냄비에 불을 넣고 나서, 지짐판을 달구어 무언가 볶는다면, 한창 볶고 나서, 비로소 밥상을 행주로 슥슥 훔친 다음 접시에 무를 썰어 담고 오이를 썰어 담은 뒤 얹는다. 밥이 거의 다 끓어 뜸을 들인다. 국이 거의 다 끓어 간을 맞춘다. 볶음이 거의 다 익어 뚜껑을 덮고 불을 끈다. 이동안 양배추나 붉은양배추를 썰고 남새 한 가지를 섞어 간장을 살짝 붓고 손으로 휘휘 젓는다. 아이들이 옆에 달라붙어 “왜 손으로 해요?” 하고 묻는다. “손으로 해야 구석구석 잘 섞여.” 하고 말한 다음 손으로 나물무침을 조금 쥐어 아이 입에 넣는다. 무침을 조금 큰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 뒤 마당으로 가서 까마중을 훑는다. 겨울이 코앞이니 맨손으로 까마중알 훑으며 손이 시리다. 까마중을 따는 손은 보라빛으로 물든다. 까마중을 담은 접시를 밥상에 올린다. 제법 모양이 나오는걸. 큰아이 작은아이 밥상 앞을 기웃거리며 무와 오이를 먹는다. 아버지가 이렇게 차리는데 너희가 안 먹고 어쩌겠니. 굶을 수 없겠지. 찬찬히 먹다 보면 이렇게 먹는 밥이 가장 맛나고 너희 몸에도 가장 즐거우리라 생각해. 아픈 데 하나 없이 씩씩하게 잘 크잖니. 이제 국냄비에서 곤약을 꺼낸다. 봄과 여름에는 곤약을 물로 헹구어 차갑게 밥상에 올렸으나, 가을로 접어든 때부터 겨울 사이에는 곤약을 국냄비에 함께 넣어 폭 끓여 아주 뜨거울 때에 꺼내어 송송 썬다. 까마중 접시는 일찌감치 빈다. 까마중 접시를 치우고 곤약 접시를 올린다. 아이들 불러 수저 놓으라 이르고는 국그릇부터 올려 준다. 국부터 마시며 속을 따스하게 하렴. 만두는 석 점씩 가위로 잘라 밥에 얹는다. 자, 모두 맛나게 밥을 먹자고.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11-30 09:45   좋아요 0 | URL
언제 보아도~ 아버지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들어간
예쁘고 좋은 밥상입니다~*^^*

숲노래 2013-11-30 10:54   좋아요 0 | URL
예쁘게 잘 먹어 줄 때에 예쁜 밥상 되겠지요.
appletreeje 님 토요일 즐거이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