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살림 어떻게? (도서관일기 2013.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여수문화방송에서 도서관을 취재해서 내보낸 뒤, 도서관을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둘 는다. 도서관을 찾아오시면서 으레 ‘이 시골에서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지’ 걱정스러움 그득 담긴 말을 묻는다. 우리 서재도서관 살림이 걱정스러울까? 이런 말을 들으면 그저 빙그레 웃는다. “제 책을 사 주시면 되고요,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시면 되지요.”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 서재도서관 책은 모두 내가 스스로 읽으려고 장만한 책들이니, 내 서재가 되면서, 나 혼자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싶어, 이웃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돌아보고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책들이라, 우리 도서관이 된다. 서재이면서 도서관이다. 2007년부터 2013년 올해까지 이모저모 어려운 고비 많았지만, 이럭저럭 잘 꾸리면서 잘 살아온다. 앞으로도 힘든 고비가 찾아올까? 아마, 찾아올 수 있고, 이제는 안 찾아올 수 있다. 어찌 되든 이 시골마을 한복판에 살림집을 마련했고, 도서관을 꾸린다. 곰팡이 피어나는 책꽂이에는 니스를 바르고, 비가 새는 곳도 앞으로 잘 다스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 방수페인트 장만할 돈까지는 없지만,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오고, 이 책이 신나게 팔려서 글삯을 더 벌면, 다가오는 새봄에는 방수페인트 넉넉히 사서, 빗물 새는 자리부터 찬찬히 발라 볼까 싶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고, 누구라도 느긋하게 책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넉넉하리라 생각한다. 꼭 이 모든 책을 다 살펴서 읽어야 하지는 않다. 마음을 살찌울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만나서 가슴에 새길 수 있으면 즐겁다. 겨울에는 도서관이 추워,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어려운데, 그러면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책을 빌리면 된다. 누구나 이곳에 찾아와서 어떤 책이든 살필 수 있지만, 빌려가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서관 지킴이 되는 분한테는 빌려준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살림은 알뜰살뜰 한결 잘 꾸릴 수 있고, 추운 겨울에도 집에서 한갓지게 책을 즐길 만하다.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처럼 ‘반납일’ 따로 두지 않으니,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천천히 읽으면 되지.


  도서관 책손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큰아이가 작은 천을 쥐고는 ‘바나나 만들기’를 한다. 안동에 마실 갔을 적에 편해문 아저씨한테서 배운 대로 하는구나. 작은아이가 작은 그림책 담은 상자를 머리에 이고 가져와서 죽 풀어 놓는다. 옆에서 큰아이가 이 작은 그림책을 상자에 담는다. 작은아이가 한 권씩 건네고, 큰아이가 한 권씩 넣는다. 책은 차근차근 넘기며 읽어도 재미있고, 넣고 빼는 놀이를 해도 재미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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