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살아가는 사마귀

 


  사마귀는 풀밭에서 산다. 사마귀는 시멘트땅이나 아스팔트 찻길에서 살아가지 못한다. 메뚜기와 방아깨비도 풀밭에서 산다. 여치와 풀무치도 풀밭에서 산다. 무당벌레도 진드기도 풀밭에서 산다. 개미는 용하게 어디에서나 살아간다. 제아무리 높다란 아파트라 하더라도 개미는 씩씩하게 산다. 개미가 없다면 지구별은 어찌 될까. 아마 온통 쓰레기투성이가 되리라. 지렁이와 개미가 있기에 지구별이 깨끗하다. 이를테면, 과자부스러기 하나 떨구어 보아라. 개미가 말끔히 치운다. 파리나 모기 한 마리 잡아서 바닥에 두어 보아라. 개미가 낱낱이 뜯어 아주 깨끗하게 치운다. 올여름에 신나게 파리를 잡아 마당에 신나게 떨구었는데, 개미들이 어디에선가 볼볼볼 나타나서 파리 주검을 그야말로 낱낱이 뜯어서 저마다 한 짝씩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라.


  풀밭이 없으면 사마귀도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모조리 죽는다. 개미는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치우며 살겠지만, 사마귀도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없다면, 이러한 곳은 사람이 얼마나 살아갈 만한 데가 될까 궁금하다. 논과 밭에 풀벌레 하나 없다면, 이러한 논밭이 얼마나 사람 목숨을 살찌우는 곡식이나 푸성귀나 열매가 나올까 궁금하다.


  풀밭이 없고, 논밭에 풀벌레가 없다면, 새는 어떻게 될까. 풀벌레와 애벌레를 잡아먹을 수 없는 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는 하는 수 없이 사람들 논밭에서 곡식과 열매를 쫄밖에 없다. 아무런 먹이(벌레)가 없는데 어쩌겠는가. 이러다가 새들은 농약바람에 모조리 목숨을 빼앗길 텐데, 농약바람 따라 들새와 멧새가 모조리 목숨을 빼앗기면 이때부터 어찌 될까. 아마, 사람들이 어찌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나방이 깨어나 온 들과 마을 뒤덮을 테지.


  풀밭에서 사마귀 한 마리 살아갈 수 없다면, 풀밭에서 사마귀가 알을 낳을 수 없다면, 풀밭에서 어린 사마귀 꼬물꼬물 깨어나 바람에 날리며 이리저리 다 다른 삶터 찾아 떠날 수 없다면, 이 나라와 지구별은 어떻게 될까.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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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09 10:21   좋아요 0 | URL
아...사마귀가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몸빛이 달라진다는 걸 몰랐어요..^^;;
보호색인 줄 알았는데,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그렇군요~
하긴 물고기들도 산란기가 되면, 어여쁜 산란색으로 바뀌지요~^^

숲노래 2013-11-09 10:49   좋아요 0 | URL
사마귀뿐 아니라 모든 풀벌레가
다 몸빛이 달라진답니다~ ^^;

보호색(지킴빛)이면서
또 저절로 바뀌는 자연 흐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