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0) -화化 180 : 무독화
어떻게든 ‘죽음의 재’를 무독화할 수 없을지 열심히 연구를 해 왔습니다. 무독화하지 못한다면 큰일이 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이데 히로아키/고노 다이스케-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사,2012) 182쪽
“열심(熱心)히 연구(硏究)를 해 왔습니다”는 “바지런히 살펴보았습니다”나 “힘껏 찾아보았습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큰일이 난다는 것을”은 “큰일이 나는 줄”로 손질하고,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는 “압니다”나 “알지요”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로 손질합니다. “죽음의 재”는 “죽음 재”나 “죽음을 부르는 재”나 “죽음을 낳는 재”로 다듬으면 한결 또렷합니다.
‘무독화(無毒化)’는 국어사전에 실립니다. “독성을 없애는 일”을 뜻한다고 합니다. ‘독(毒)’은 “건강이나 생명에 해가 되는 성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해(害)’는 “이롭지 아니하게 하거나 손상을 입힘”을 가리키고, ‘이(利)롭다’는 “이익이 있다”를 가리킵니다. ‘이익(利益)’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을 가리켜요. 여러모로 살피면 ‘독’이란 “나쁜 것”이거나 “보탬이 안 되는 것”입니다. ‘무독화’라 할 적에는 “나쁜 것을 없애다”나 “보탬이 안 되는 것을 없애다”를 가리킵니다.
‘무독화’는 “중금속 무독화”라든지 “수은 무독화”라든지 “니코틴 무독화”처럼 쓰곤 한다고 합니다. 중금속이나 수은이나 니코틴에 깃든 나쁜 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쓰는 셈인데, 쓰임새를 살피면 “중금속 없애기”나 “수은 없애기”나 “니코틴 없애기”처럼 쓸 만합니다. 굳이 “독을 없애기”처럼 안 쓰고 “없애기”라고만 쓰면 됩니다. 때와 곳에 따라 “지우기”나 “덜기”나 “씻기”나 “털기”를 넣을 수 있습니다.
무독화할 수 없을지
→ 독을 없앨 수 없을지
→ 없앨 수 없을지
…
예부터 우리 겨레는 ‘씻김굿’을 했습니다. 씻김굿에서 ‘씻김’이나 ‘씻기다’가 바로 “없애는 일”이요 “나쁜 것이나 궂은 것이나 아쉬운 것이나 슬픈 것을 없애는 일”입니다.
중금속이나 수은이나 니코틴이나 방사능 같은 것들은 오늘날 생겼으니, 오늘날 생긴 나쁜 것을 씻어야 한다는 자리에서 ‘무독화’ 같은 낱말을 써야 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독화’가 되든 다른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든, “없애는 일”인 줄 느낀다면, 알맞으면서 쉽고 바르게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4346.10.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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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죽음을 부르는 재’를 없앨 수 없을지 힘껏 찾아보았습니다. 없애지 못한다면 큰일이 나는 줄 모두가 알았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