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둑어 - 연안 생태계의 토박이 물고기
최윤 지음 / 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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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기 51

 


논과 갯벌에 자꾸 아파트 세운다면
― 망둑어, 연안 생태계의 토박이 물고기
 최윤 글·사진
 지성사 펴냄, 2011.12.30.

 


  나는 어릴 적에 미꾸라지를 즐겨 잡았고, 망둥이도 곧잘 잡았습니다. 내가 살던 동네 앞에 논이랑 늪이 있었는데, 이 늪에 가면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어요. 때로는 플라나리아를 잡아서 한참 들여다보면서 놀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배울 적에 알 수 없던 더 깊고 너른 이야기를 논과 늪에서 배웠습니다.


  1982∼85년 무렵에 500원짜리 대나무 낚싯대를 하나 사서 어깨에 걸치고 바닷가를 걷습니다. 인천 바닷가는 군부대 시설이라 해서 온통 쇠가시울타리로 막히는데, 한참 걷다 보면 바닷물 드나드는 웅덩이가 어디엔가 있어요. 이 웅덩이 곁에 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어느새 망둥이가 덥석 물어요. 바늘에 먹이를 끼워도 물지만 먹이를 안 끼워도 물어요. 낚싯대를 드리우고 가끔 살살 옆으로 옮기며 움직이면 됩니다. 동무들은 미끼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곤 했지만, 망둥이가 미끼라도 먹어야지 싶어, 나는 늘 미끼를 끼웠습니다. 바닷물 드나드는 갯벌 웅덩이를 기어다니는 갯지렁이 잡아서 끼우면 되거든요.


  돈이 있을 적에는 대나무 낚싯대를 사지만, 돈이 없을 적에는 알맞춤한 나무막대기를 찾아다닙니다. 어느 녀석은 몰래 나뭇가지를 꺾고 칼로 다듬어서 손수 낚싯대를 만듭니다.


  커다란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가까운 데에 논과 늪이 있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그러나 이 논과 늪 있던 자리는 울타리 높게 서며 가로막힙니다. 우리 같은 꼬맹이가 자꾸 들락거리니 땅임자가 싫어하기도 했겠다 싶어요.


  시골마을 아이들은 시골에서 논이든 늪이든 도랑이든 냇물이든 개울이든 골짜기이든 바다이든 숲이든 멧골이든 모두 신나게 누리겠지요. 요즈음 시골마을 아이들은 논이나 늪이나 도랑이나 냇물을 거의 안 즐기지 싶지만, 1970∼80년대 즈음까지는 시골마을마다 시골아이 누구나 숲과 들과 바다를 마음껏 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들일이 바쁘고 바닷일 바쁘다 하더라도, 살짝살짝 짬을 내거나 일손을 놓고 내빼면서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놀고 웃고 노래하고 떠들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른들 일손을 잘 거들면서 자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며 놀 적에 한결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랍니다. 아직 몸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은 마음껏 뛰고 달리고 놀면서 몸이 곧게 섭니다. 이렇게 놀고 저렇게 노는 동안 몸이 아름답게 큽니다.


  나무를 타야지요. 헤엄을 쳐야지요. 달리기를 해야지요. 나뭇가지와 돌을 줍고 흙이랑 모래를 만져야지요. 풀밭에 드러눕고 풀을 뜯으며, 열매를 찾고 꽃을 구경해야지요. 시골마을 숲이란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놀이터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삶터입니다. 시골마을에서 돌보는 숲이란 아이들이 누릴 가장 좋은 보금자리이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터입니다.


.. 망둑어는 물고기 가운데 몸의 크기가 작은 무리로서 다 자란 어미의 몸길이가 2센티미터에 미치지 못하는 종도 있다. 이처럼 몸의 크기가 작고, 바닥에서 살기 때문에 빠르게 헤엄칠 수도 없고 또 멀리 이동할 수도 없다 … 이들 선박(짐배)은 화물이 없는 경우 빈 배로 항해를 해야 하는데, 화물선은 무게 중심이 위쪽에 있어 폭풍우에 취약하기 때문에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이동하기 전 배 아래쪽에 물을 채워야 한다. 수천, 수만 톤의 선박에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담기고, 바다 생물들도 물과 함께 옮겨지게 된다 ..  (14, 18쪽)


  표준말은 ‘망둑어’일 텐데, 인천에서는 ‘망둥이’라 합니다. 표준말은 ‘아귀’라 하지만, 인천에서는 ‘물텀벙’이라 합니다. 고장마다 이름이 다르지요. 그러고 보니, 전남 고흥에서는 망둑어와 아귀를 어떤 고흥말로 가리키는지 아직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표준말 아닌 고흥말로 망둑어와 아귀를 비롯해 모든 물고기이름, 풀이름, 벌레이름, 꽃이름, 나무이름, 곡식이름을 하나하나 여쭈어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아무튼, 내가 태어나 자란 인천은 서울 곁에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단했습니다. 서울사람 쓰는 물건 만드는 온갖 공장 인천에 있습니다. 서울사람 버리는 쓰레기 파묻는 땅이 인천에 있습니다. 서울사람 누는 똥오줌이 인천 앞바다로 흘러옵니다. 서울에 있는 크고작은 회사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인천서 전철로 드나듭니다. 이른바 ‘지옥철’이란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타는 전철을 가리킵니다. 비좁은 전철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서울로 드나들어야 하니, 아침저녁으로 아주 시달리지요.


  개화기라 하는 때까지 인천 앞바다는 더러울 일이 없었는데, 개화기 즈음부터 인천 앞바다가 더러워지지요. 전남 고흥도 조금일 적에 갯벌이 아주 멀리까지 드러나지만, 인천에서도 조금일 적에 갯벌이 참으로 멀리까지 드러납니다. 이제는 공항이 되고 만 인천 앞바다 영종섬뿐 아니라 그 뒤로 용유섬과 더 뒤에 있는 다른 섬까지 갯벌이 길디길게 드러납니다.


  갯벌이 드넓으니 갯것이 많아요. 아마 1900년대 첫무렵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갯것 캐는 사람들 참 많았으며, 갯것 캐느라 등허리 휘었으리라 생각해요. 그야말로 뻘밭이에요. 호미 한 자루 있으면 굶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자 될 수 있다 했으니, 뻘에서 금을 캔다 할 만한 노릇이고, 뻘‘밭’이라 가리키는 이름이 참으로 맞구나 싶어요.


.. 짱뚱어는 말뚝망둑어와 마찬가지로 물과 육지에서 생활하는 물고기인데, 물 밖에 나와 있을 때는 입속에 물을 머금고 아가미나 구강 내의 점막, 피부 등으로 호흡을 한다 ..  (26쪽)


  바닷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바다를 가슴에 품습니다. 들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들을 가슴에 품습니다. 숲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숲을 가슴에 품어요. 멧골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멧골을 가슴에 품지요.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저절로 도시를 가슴에 품습니다. 그러면, 도시는 아이들한테 어떤 삶터가 될까요. 도시에서 보고 듣고 마주하고 겪는 온갖 것들은 아이들한테 어떤 빛이나 사랑이 될 만할까요.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시골을 가슴에 품을 텐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시골사람은 어떤 시골빛을 아이들 가슴에 품도록 하는가요. 하루 빨리 떠나야 할 시골 모습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가요. 농약과 비료와 기계 아니고는 흙을 짓지도 만지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가요. 스스로 삶과 꿈과 사랑을 지으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빛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가요. 집과 옷과 밥을 스스로 건사하거나 돌보는 길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가요.


..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매립 공사는 게와 새우, 갯지렁이 등의 서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어서 풀망둑의 먹이 공급을 차단하게 되며, 어린 풀망둑을 먹이로 하는 연근해 전체 어종의 먹이사슬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 배스가 하천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이 새우를 먹어치움으로써 단순히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하천과 호수의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도 제공하고 있다 ..  (34, 55∼56쪽)


  최윤 님이 쓴 《망둑어, 연안 생태계의 토박이 물고기》(지성사,2011)라는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망둥이는 우리 겨레 ‘오래된 물고기’라고 합니다. 망둥이 말고도 우리 겨레와 오랜 나날 함께 살아온 물고기는 아주 많으리라 느껴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재미나고 살가운 벗으로 망둥이를 꼽을 만하리라 느낍니다.


  서울내기는 망둥이를 알까요? 부산내기나 대구내기는 짱뚱이를 알까요? 갯벌을 옆에 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망둥이나 짱뚱이를 알기에, 눈이 툭 불거진 얼굴 모양인 사람을 놓고 ‘망둥이 닮았다’ 하고 말하곤 합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붕어 눈깔’이라고도 할 텐데, 갯벌과 함께 살아오며 망둥이를 낚고 먹던 사람들은 ‘망둥이 눈깔’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간석지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에 잠기고 햇볕에 드러나는 일이 매일 반복되는 곳이다. 주로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만 장마가 질 때는 담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염분 농도의 변화가 심하고, 물에 잠겼을 때와 햇볕에 드러났을 때의 온도 변화도 심하다. 또 육지에서 흘러온 민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과잉의 영양 염류와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여과 작용을 함으로써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 생물의 산란과 부화에 영향을 미치는 퇴적물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 수산 자원의 80∼90퍼센트가 직간접적으로 간석지를 비롯한 연안에 의존하고 있다 ..  (141, 145쪽)


  망둥이가 살아갈 수 있는 갯벌쯤 되어야 사람도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망둥이뿐 아니라 온갖 갯것이 흐드러지게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데라야 사람들이 즐겁고 아름답게 어우러질 마을이 될 만합니다.


  냇물에는 버들치와 쉬리가 있어야지요. 도랑에는 가재와 미꾸라지가 있어야지요. 제비와 박쥐가 아침저녁으로 날고, 나비와 벌이 언제나 춤을 추어야지요. 개구리가 노래하고 뱀이 쉭쉭거릴 만해야지요. 노랑조롱이와 소쩍새가 뱀을 잡고, 토끼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삵이 숲에서 굴을 파거나 둥지를 틀어야지요.


  함께 살아갈 때에 기쁘게 살아갈 만한 지구별입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때에 서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살이입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야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사람과 벌레와 짐승과 물고기와 새가 골고루 어우러지며 살아가야 아름다운 시골입니다.


  시멘트로 뒤덮인 온 나라 냇물이 언제쯤 제모습 되찾을 수 있을까요. 논이나 아파트로 뒤바뀐 갯벌이 언제쯤 제자리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도시가 커지면서 애꿎은 갯벌이 논으로 바뀌어야 했습니다. 도시가 몸집을 불리며 도시 둘레 작은 시골 논밭을 모조리 아파트와 찻길과 주차장이 되도록 뒤엎으면서 애먼 갯벌이 몹시 시달리고 들볶입니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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