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7] 이야기바람

 


  혼자서는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있어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혼자서 하는 말이란 혼잣말입니다. 말은 다른 사람이 없어도 읊을 수 있으나,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한자말 ‘대화’를 ‘마주이야기’로 풀어서 쓰는 분들이 있지만, ‘이야기’란 “마주보고 말을 나누는 일”인 만큼, 앞에 ‘마주’를 붙이면 겹말입니다. 다른 사람들 있는 자리라 하더라도, 마주보지 않고 혼자 하고픈 말만 한다면, 이때에도 혼잣말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생각을 기쁘게 나누고 싶기에 이야기를 합니다. ‘기쁜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나 ‘고운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보따리를 풀어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야기꽃’이요 ‘이야기보따리’입니다. 바야흐로 ‘이야기잔치’가 되고, ‘이야기마당’이 벌어지며, ‘이야기밭’이 살갑습니다. 이야기는 너른 바다처럼 깊이 나눌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맑은 바람처럼 싱그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푸른 숲처럼 푸르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야기바다’요, ‘이야기바람’이며, ‘이야기숲’입니다. 이야기가 자라 나무와 같기에 ‘이야기나무’입니다. 이야기가 노래처럼 흐르기에 ‘이야기노래’입니다. 이야기가 무지개와 같으 환하게 빛나 ‘이야기빛’입니다. 마음을 열면서 ‘이야기문’을 엽니다.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나라’로 함께 날아갑니다. 4346.10.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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