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기다리는 마음
구름 하나 없이 새까맣고 깊은 밤에 별바라기를 하다가 별똥을 하나 봅니다. 별똥이 휘익 하얗게 빛나며 지나갈 적에 “어, 별똥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제 저녁 별똥을 하나 본 뒤, 이튿날 저녁에도 별똥을 하나 봅니다. 오늘도 저녁이 다가오면 또 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리 멀지 않던 지난날까지,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개똥벌레를 보고 박쥐를 보며 별똥을 보았습니다. 무지개를 보고 미리내를 언제 어디에서라도 모든 사람들이 보며 살았습니다. 고작 서른 해나 마흔 해입니다. 수백만 해나 수천만 해에 이르도록 사람들은 늘 별똥도 개똥벌레도 박쥐도 무지개도 미리내도 가까이하며 살았는데, 고작 서른∼마흔 해 사이에 이 모두를 내동댕이칩니다. 어쩌면 머잖아 개구리도 제비도 뱀도 안개까지도 사라질는지 몰라요.
풀밭이 있어야 풀벌레가 삽니다. 풀벌레가 있고 날벌레가 있어야 개구리가 삽니다. 개구리가 있어야 뱀이 삽니다. 뱀이 있어야 멧새가 삽니다. 멧새가 살아야 또 다른 짐승들이 살아갑니다.
풀밭이 있어야 풀과 나무가 자랍니다. 풀과 나무가 자랄 풀밭이 있어야 사람들이 논밭을 일구어 먹을거리 얻을 수 있습니다. 풀밭을 없애고 찻길과 아파트와 시멘트건물 끝없이 지으면, 사람들 스스로 삶터가 망가집니다. 도시에 공원이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공원에 앞서 동네텃밭 있어야 하고, 학교텃밭도, 회사텃밭도, 공장텃밭도 모두모두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따로 밭으로 일구지 않고 조용히 쉬는 동네풀밭과 학교풀밭과 회사풀밭과 공장풀밭도 있어야 해요. 풀과 나무가 스스럼없이 자라면서 푸른 숨결 나누어 주는 자리가 있어야지요.
별똥별을 기다리면서 우리 지구별에 푸른 숨결 넘실거리기를 빕니다. 별똥별을 바라면서 이 지구별에 풀과 나무가 사람들과 곱게 어우러질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0.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