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과 손글 (도서관일기 2013.9.3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여러 달째 도서관 소식지 《삶말》을 내놓지 못하고 1인잡지 《함께살기》도 펴내지 못한다. 카드빚으로 긁어서 어쨌든 내놓기라도 할까 생각하다가, 카드 결제 하루만 늦어도 전화기가 불이 나는데, 도무지 엄두를 못 내면서 하루하루 지낸다. 집에서 쓰는 인쇄기 잉크 다 떨어졌으나 새로 장만하지 못한다. 어떻게 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손글 편지를 쓰기로 한다. 도서관 지킴이 모두한테 띄우는 손글 편지이니 길게 쓰기는 어렵다.


.. “여러 달째 《삶말》도 《함께살기》도 제대로 못 냅니다. 올 한 해 옆지기가 미국에 있는 람타학교를 여러 달씩 오가며 공부하는 데에 밑돈을 대느라 미처 소식지도 1인잡지도 늦추고야 맙니다. 그래도 곧 소식지와 1인잡지 모두 즐거이 펴내서 보낼 수 있겠지요.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


  손글로 적은 편지를 똑같이 옮겨서 적는데 손목이 아프다. 쉽지 않구나. 아이들 밥을 해서 먹이고 다시 편지를 옮겨서 적고, 이러다가 손그림도 함께 그리기로 한다. 짧은 손글 편지만 보내기에는 너무 멋쩍다. 종이를 작게 자른다. 엊그제 내린 가을비를 떠올리며 빗방울 하나 그린다. ‘해·비·바람·흙’, 이렇게 네 가지 낱말을 적는다. 네 낱말은 지구별 삶을 이루는 네 가지 밑바탕이다. 바슐라르란 사람은 이 네 가지를 ‘태양·물·공기·대지’라 말했다는데(아니, 한국말로 옮긴 분이 이렇게 옮겼겠지), 시골사람과 어린이 누구나 쉽게 헤아릴 만하게 옮기자면 ‘해·비·바람·흙’이 된다고 느낀다.


  커다랗게 그린 빗방울에 다섯 빛깔 꽃송이를 그려 넣는다. 왼쪽 위에 보라나비를 넣고, 오른쪽 위에 파란별을 넣는다. 오른쪽 아래에 나뭇잎 둘 그리고, 밑에 제비를 그린다.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빛띠를 그린다. 무지개띠로 할까 하다가, 무지개보다는 빛띠로 나으리라 생각한다.


  우체국으로 가기 앞서 도서관에 들른다. 엊그제 내린 비가 퍽 많이 스몄다. 만화책 놓는 책꽂이 밑바닥까지 밑물이 스몄다. 저런. 아직 이 자리까지 빗물이 스민 적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기까지 빗물이 들어왔다. 이 책꽂이를 떼어서 다른 데로 옮겨야 하나. 건물이 낡았기 때문에 한 해 두 해 흐를수록 빗물이 더 많이 샐까. 지난해까지 빗물 많이 새던 다른 자리에는 빗물이 더 안 샌다. 폐교 건물 지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왜 다른 쪽 빗물 새던 자리에는 빗물이 더 안 새고, 이쪽에 더 흥건하게 빗물이 고일까?


  한쪽 바닥에 고인 빗물로 골마루를 닦는다. 교실 네 칸 바닥을 빗물로 모두 닦는다. 이동안 큰아이가 혼자 씩씩하게 잘 놀아 준다. 큰아이가 잘 놀아 주었기에, 한결 홀가분하게 도서관 청소를 한다. 우체국에 들러 오늘은 편지 열한 통 부친다. 큰아이한테 과자 두 점 사 준다. 큰아이는 장바구니를 어깨에 걸치며 좋아라 뛴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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