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40

 


시사용어는 한국말인가?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우리말 뉘앙스 사전
 박영수 글
 북로드 펴냄, 2007.8.21. 15000원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우리말 뉘앙스 사전》(북로드,2007)이라는 책을 내놓은 박영수 님은 책머리에, “많은 사람들이 단어를 고를 때 헷갈려 하곤 한다. 순수 우리말에서부터 최근 외래어에 이르기까지 워낙 많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글 흐름상 어떤 단어가 어울리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서 그렇다(10쪽).” 하고 밝힙니다. 곧, 이 책 《우리말 뉘앙스 사전》은 ‘우리말’만 다루는 책이 아닌 ‘외래어’까지 다루는 책입니다. 그러나, 책이름에는 ‘우리말’이라고만 적습니다.


  차례를 살펴도, ‘가십·하마평·회자’, ‘딜레마·진퇴양난·난국’, ‘레지스탕스·게릴라·빨치산’, ‘아포리즘·잠언·묵시록’처럼 우리말 아닌 외래어를 아주 많이 퍽 자주 다룹니다. 글쓴이 박영수 님으로서는, 요즘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우리말과 외래어 사이에 어떤 틈이 있는가’를 제대로 모르는 채 쓴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말’과 ‘외래어’를 죽 들고는 뜻풀이와 쓰임새를 살핍니다.


  너무 마땅하지만, ‘가십’도 ‘하마평’도 ‘회자’도 우리말,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말밥’이나 ‘입방아’입니다. ‘대강·대충·적당히’ 같은 낱말을 함께 다루기도 하는데, 세 낱말 모두 한국말은 아닙니다. 한자말일 뿐입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아무렇게나, 얼렁뚱땅, 얼추, 알맞게’ 같은 낱말을 찬찬히 살펴야겠지요.


.. 그러므로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라는 본뜻을 지니고 있다. ‘내 가치관에 부합된다’는 건 내 마음에 든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기에서 ‘마음에 들다’ → ‘보기에 좋다’라는 뜻으로 나아갔다 … 이에 비해 ‘예쁘다’는 ‘생긴 모양이나 하는 짓이 아름다워서 보기에 귀엽다’라는 뜻이다 ..  (285∼286쪽)


  ‘가엾다·불쌍하다·안타깝다’나 ‘가랑비·보슬비’ 같은 낱말은 잘 다루는구나 싶으면서도, ‘아름답다·예쁘다’ 같은 낱말은 제대로 못 살핍니다. 오히려 엉뚱한 풀이를 합니다. “아름답다 = 나답다”라 하는데, ‘예쁘다’ 풀이를 “…… 아름다워서 보기에 귀엽다”처럼 적습니다. 그러면, ‘예쁘다’도 ‘아름답다’인 셈이에요. 국어사전에서 흔히 저지르는 돌림풀이 잘못을 박영수 님도 《우리말 뉘앙스 사전》에서 똑같이 저지릅니다.


  그리고, ‘나답다’는 박영수 님 풀이말처럼 “내 가치관에 부합된다”로 풀이하기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나답다’는 말그대로 “나답다”이지, 내 가치관(뜻이나 넋)에 들어맞는 모습이 아닙니다.


  꽃이 ‘꽃답다’고 할 적에, 무지개가 ‘무지개답다’고 할 적에, 시냇물이 ‘시냇물답다’고 할 적에 어떤 모습과 느낌일는지 헤아려 보셔요. ‘나답다’란 “내가 바로 내 모습이요 내 넋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뒤쫓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시샘하거나 부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 스스로 꿋꿋하고 씩씩할 때에 ‘나답다’입니다. 곧, “아름답다 = 나답다”란, 다른 사람 말이나 겉모습이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내 삶을 즐겁게 일구는 모습이고, 이렇게 스스로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요 ‘보기에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얼굴이 예쁘장하지 않아요. 아름다운 삶은 돈이 많거나 겉보기로 대단하지 않아요. 아름다움은 언제나 즐거움과 나란히 있습니다. 아름다움에는 언제나 맑은 웃음과 밝은 노래가 감돕니다. 《우리말 뉘앙스 사전》이 참답게 ‘우리말 느낌을 풀이하면서 헤아리는 책’이 되자면, 말빛과 말삶부터 찬찬히 짚고 살펴야지 싶어요.


.. ‘조금’이 변화 차이가 비교적 적은 상태를 나타낸다면, ‘약간(若干)‘은 뭔가에 비교해서 달라진 상태를 나타낸 말이다 ..  (350쪽)


  《우리말 뉘앙스 사전》에서는 ‘조금·약간’을 나란히 다루기도 하는데, 정작 ‘우리말’인 ‘살짝·살며시·살그머니’는 다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변화 차이가 비교적 적은 상태”와 같은 말풀이를 한국말(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이 책에서는 ‘어처구니없다’와 ‘황당무계’를 함께 묶어서 다루는데, ‘어처구니없다’하고는 ‘어이없다’와 ‘터무니없다’를 묶어서, 이 낱말을 어떻게 달리 쓰는가를 밝혀야 아름답습니다. ‘흐지부지’와 ‘유야무야 ·용두사미’를 다룰 일이 아니라, ‘흐지부지’하고는 ‘흐리멍덩·어영부영’을 다루어야 아름답지요. ‘아프다’하고 ‘편찮다’를 견주는 느낌말 풀이를 할 노릇이 아니라, ‘아프다·앓다·결리다·쑤시다·지끈거리다’를 견줄 수 있는 느낌말 풀이가 되어야, 비로소 사람들이 한국말(우리말)을 옳고 바르게 쓰면서 알맞고 즐겁게 쓰는 길을 여는 길잡이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방가르드·퍼포먼스’가 ‘우리말’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우리말 뉘앙스 사전”이 아닌 “시사용어 뉘앙스 사전”으로 이름을 고쳐야 어울리겠구나 싶습니다. 책이름부터 말느낌을 잘못 짚었습니다.

  한국사람이 시사용어를 이럭저럭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사용어로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이나 책에 적히는 낱말이라 해서 한국말(우리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이니 ‘시사용어’일 뿐입니다.


  시사용어 가운데에는 한국말로 천천히 녹아드는 낱말이 더러 있겠지만, 모든 시사용어는 처음부터 외국말입니다. 아니, 한국사람이 사회에서 두루 쓴다고 하는 시사용어치고 ‘한국말로 알맞고 슬기롭게 지은 낱말’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영수 님이 외국말을 한국말과 견주어 풀이하려는 이 책은, 뜻이 없지는 않은데, 외국말을 한국말로 알맞게 번역하고 슬기롭게 고치거나 바로잡거나 손질하는 길을 밝힐 때에, 그야말로 아름답고 보기에 좋습니다. 책이름부터 바로잡고, 다루는 낱말을 알뜰히 추스르며, 줄거리를 찬찬히 손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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