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1] 깜다람쥐
어릴 적에 ‘생쥐’라 말하면, 어른들은 으레 ‘새앙쥐’로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예전 어른들은 아이들이 준말을 쓰면 달가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준말 아닌 제말을 옳게 쓰도록 타일렀습니다. 요즈음 어른들을 가만히 살피면,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도록 타이르거나 이끄는 모습을 거의 못 봅니다. 아이들이 엉터리로 말하든, 아무 때에나 영어를 섞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요즈음 어른들 스스로 옳거나 바른 말을 모르거나 잊은 탓이라고도 할 테지요. 며칠 앞서 “까만 다람쥐”를 길에서 보고는 문득 ‘쥐’와 얽힌 말이 떠올랐어요. ‘다람쥐’는 “달리는 쥐”라서 ‘다람쥐’가 되었다고 해요. ‘날다람쥐’란, “날기도 하는 달리는 쥐”라는 뜻이에요. 요즈음 어른들은 ‘청설모(靑鼠毛)’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데, 이 낱말에 붙은 한자에서도 나타나듯 ‘청설모’란 “청서(靑鼠) 털(毛)”입니다. 한자말로 가리키자면 ‘청서’라 말해야 올발라요. 그런데, 며칠 앞서 길에서 만난 “까만 다람쥐”를 보면서, 내 입에서는 “까만 다람쥐”라는 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여섯 살 우리 아이한테 저 다람쥐를 ‘청서’라 한들 알아들을 수 없겠구나 싶기도 했고, 참말 이 다람쥐는 까만 털빛이라 ‘깜다람쥐’라 이름을 붙이면 잘 어울리겠다고 느꼈어요. 잘 달리는 쥐를 보며 옛사람이 ‘다람쥐’란 이름을 붙였듯, 나는 잘 달리면서 털빛 까만 쥐를 보며 ‘깜다람쥐’란 이름을 붙입니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