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큰아이와 작은아이, 여기에 ‘큰 큰아이’까지 세 아이를 보듬으며 살림을 꾸린다. 아이 하나일 적, 아이 둘일 적, 여기에 아이 어머니가 ‘큰 큰아이’와 같이 지내느라 아이 셋일 적, 하루하루 느끼는 무게가 사뭇 다르다. 한 달에 한 번, 아니 한 해에 한 번, 아이들을 잊고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단 생각을 하지만, 막상 아이들 모두 시골집에 두고 볼일 보러 큰도시로 다녀와야 할 적이면, 자꾸자꾸 집 생각이 나고 아이들 생각이 떠오른다.


  지난 석 달 두 아이를 보듬다가 지난주부터 세 아이를 보듬는 삶으로 돌아오고 나서, 며칠 몸앓이를 한다. 몸앓이는 아직 안 가셨다. 목과 코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다. 그렇다고, 세 아이 보듬는 아버지가 집일을 젖히지 못한다. 밥을 하고 청소를 하며 빨래를 한다. 힘을 내어 큰아이 부른 뒤 글씨놀이 시키고 그림놀이 함께 한다. 아이들 자전거에 태워 우체국에 편지 부치러 다녀온다. 서재도서관에 가서 풀을 벤다. 아이들 옷 갈아입히고 씻기고 오줌그릇 치운다. 이불을 말리고 옷을 개며 걸레질을 한다.


  내 어머니는 나와 형 두 아이를 돌본 삶이라기보다, 나와 형에다가 내 아버지까지, 이렇게 ‘아이 셋’ 돌본 삶을 꾸리셨을까. 이 나라 이 땅 모든 어머님들은 으레 ‘큰 큰아이’를 함께 돌보느라 등허리가 뻑적지근할까. 저녁에 아이들 눕혀 자장노래 부르는데 코와 목이 너무 막혀 노래를 십오분쯤 가까스로 부르고는, 작은아이한테 “보라야, 네 아버지 목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 더 못 부르다, 미안해.” 하고 말한다. 4346.9.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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