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읽는 책 (도서관일기 2013.8.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여럿이 읽도록 태어나는 책이다. 한 사람이 장만해서 이녁 집에 갖추는 책이라 하더라도 여럿이 읽도록 태어나는 책이다. 왜냐하면, 책은 책꽂이에 꽂으면 열 해 스무 해 쉰 해 백 해를 고이 흐른다. 이동안 ‘처음 책을 장만한 사람’만 읽지 않는다. 책을 장만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가 이 책들을 만지고, 책을 장만한 사람한테 이웃이나 동무가 되어 찾아오는 이가 이 책들을 본다. 책을 장만한 사람은 나이가 들어 더는 책을 손에 쥐기 어려울 적에 이 책들을 물려준다.


  공공도서관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은 못 되지만, ‘한 사람이 건사한 책꽂이’는 ‘한 사람 삶길을 밝히는 이야기꾸러미’ 되어 통째로 누군가한테 이어진다. 하나하나 따지면, 공공도서관만 도서관이 아니다. 여느 사람 서재 또한 모두 도서관이다. 공공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요, 서재는 ‘서재도서관’이다.


  나는 공공도서관 아닌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그래서 내 서재도서관에서는 도서관 바깥으로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다만, 이 서재도서관 살림돈과 책 장만할 돈을 보태어 주는 지킴이한테는 책을 빌려준다. 평생지킴이 하는 분한테는 우편으로 책을 빌려주기도 한다. 서재도서관으로 꾸리는 책터인 만큼, 누구나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책을 만지면서 읽을 수 있지만, 바깥으로 빌려주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바깥으로 책을 빌려준 적 있는데, 빌려간 사람들이 책을 제때에 돌려주지 않는다. 몇 해 지나도록 아무 말 없는 사람이 있고, 돌려주라는 쪽글이나 전화를 남겨도 전화를 안 받거나 안 돌려주는 사람이 있다.


  책은 여럿이 읽는 책인 만큼 빌리는 일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럿이 읽는 책이니, 빌려서 읽었으면 반드시 알맞춤한 때에, 너무 늦지 않게, 정갈하게 읽고 나서 고운 손으로 돌려주어야 아름답다. 여럿이 읽는 책이기에, 나는 내 책들을 앞으로 쉰 해뿐 아니라 백 해나 이백 해나 오백 해 뒤에도 ‘뒷사람이 읽을 책이 되’도록 보살피고 싶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