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15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64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 불새 15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02.8.25./4500원

 


  사람은 왜 살아야 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사랑을 나누거나 속삭이지 않는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지 가만히 헤아립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을 말한다면, 사람은 왜 지구별에서 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어깨동무 아닌 눈속임과 등치기와 따돌림이 판친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지구별은 어느 대목에서 아름다울 만한지 궁금합니다.


  배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안 아름답고 안 사랑스러운 길로 접어들기 일쑤인데, 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졸업장이나 자격증 거머쥐도록 내모는지 아리송합니다. 아이들은 대학교에 나와 어떤 일을 하나요. 아이들은 대학교에서 어떤 삶을 배우나요. 아이들은 대학교까지 다니는 동안 어떤 삶을 누리나요.


  새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아름다울는지요.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가요. 오늘날 어른들은 아름다움이나 착함이나 참다움이나 즐거움이나 웃음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가요. 아이들을 왜 낳고, 아이들을 왜 돌보며, 아이들을 왜 가르치려 하나요.


- “구치이누야, 난 말이지, 네가 내 친자식처럼 느껴진단다. 제발 훌훌 털고 일어나렴.” (33쪽)
- “영계의 존재도 고쳐 준단 말입니까? 어떻게?” “보통 인간이라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이 여자는 특별해요. 그 여자는 자신이 범한 죄를 갚기 위해, 무한의 시간 동안 모든 세상의 생물을 돌봐야 해요.” (210쪽)

 


  법이란 무엇일까요. 법을 만드는 사람은 왜 법을 만들까요. 법을 만들어서 우리 삶터를 어떻게 가꾸고 싶은 마음일까요. 법이란 우리 삶터를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북돋우는 몫을 맡을까요.


  국가보안법이 나라를 지키는 법이 되나요. 국가보안법이란 어떤 나라를 어떻게 지키려는 법이 되나요. 국가보안법이 지키는 나라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권력을 쥐면서 어떤 사람들이 짓눌린 채 앓아야 하는가요.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가 한겨레를 짓밟으려고 만든 법을 오늘날까지 고이 이으면서 국가보안법에 국가정보원이 떵떵거립니다.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는 국가정보원 공무원은 얼마나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국가정보원 공무원을 앞세워 이 나라를 휘젓는 정치꾼이나 기자는 얼마나 환한 웃음꽃으로 이녁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는 어른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평화란 무엇인가요. 탱크와 전투기와 잠수함이 있을 때에 평화인가요. 평화란 무엇인가요. 육십만 군인 백만 군인 이백만 군인이 있을 적에 평화인가요. 백만 군인이 총칼을 들고 전쟁훈련 받는다면, 백만 군인은 누가 먹여살리고, 백만 군인이 쓰는 전쟁무기는 누가 만들며, 백만 군인은 어떤 땅에서 어떤 마음 되어 어떤 일을 하는가요.


  백만이나 되는 젊은이가 숲을 가꾸고 들을 돌보며 이웃을 사랑하도록 젊은 한때를 보낼 적하고, 총칼을 손에 쥐고 전쟁훈련 받을 적하고, 어느 쪽이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경제와 민주와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모습인지 알쏭달쏭합니다.


- “넓은 초록 대지, 신선한 공기, 그리고 이 따뜻함. 어느 것 하나 셰도우에서는 평생 맛볼 수 없는 거야. 어디 두고 봐라. 전부 우리가 빼앗고 말 테니. 이 신선한 공기, 지금이나 실컷 마셔 둬!” (67쪽)
- “셰도우가 어떤 나라인지 누나는 모르지? 도쿄와 요코하마의 넓은 지하거리와 하수도를 섞어 놨다고 생각하면 돼. 태양은 영원히 볼 수 없고, 탁한 공기와 어둠의 세계에서 우리들은 시궁창 쥐처럼 생활하고 있어.” (72쪽)

 

 


  아이들은 노래하고 싶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유행노래나 광고노래 아닌, 서로 까르르 웃으며 홀가분하게 뛰놀면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하고 싶습니다. 레크리에이션이나 특별활동이나 방과후활동 따위가 아닌, 동무들과 오순도순 부대끼고 살가이 복닥이면서 새롭게 빚거나 짓는 놀이로 땀 후줄근히 흘리며 놀고 싶습니다.


  학교에 다녀야 하는 아이가 아니고, 학원에 보내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삶을 배울 아이요, 삶을 노래할 아이입니다. 교과서 진도를 익혀야 하는 아이가 아니며, 참고서와 문제집을 손에 쥘 아이가 아닙니다. 들에서 들노래를 부르고 들바람을 마시며 들일을 배우다가 들춤을 즐기면서 하루를 빛낼 아이입니다.


  손수 밥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몸소 옷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밥과 옷과 집을 씩씩하게 일구지 못한다면, 삶을 못 배웠다는 뜻입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밥짓기와 옷짓기와 집짓기를 물려줄 노릇입니다. 밥과 옷과 집을 얻는 아름다운 꿈을 가르칠 노릇입니다. 밥이랑 옷이랑 집을 이웃하고 사이좋게 나누는 사랑을 슬기롭게 보여줄 노릇입니다.


- “우주에 계신 전능한 창조주여, 당신께서 주신 불새의 커다란 생명을 찬양합니다.” “이, 이까짓 가면!. 살려 줘. 미칠 것만 같아! 제발 살려 줘!” (125쪽)
- “우리 마을에서 200명이나 되는 장정을 내놓으라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나라의 명을 거부할 셈인가? 이건 폐하께서 효를 행하시기 위한 사업이오!” “그럼 묻겠습니다. 미리 조사해 보니 마을이며 현에 따라 내놓는 인원수의 비율이 다른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마을에 따라서는 500명의 젊은이 가운데 겨우 2할만 징집된 곳도 있던데, 왜 우리 마을은 200명이나 징집하는 겁니까?” (134쪽)

 


  사람은 왜 살아야 할까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 아름답게 사랑을 속삭일 수 있으니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하나요. 서로 마음과 마음을 살찌우고 북돋우면서 즐겁게 꿈을 꽃피울 수 있으니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할는지요. 서로 마음과 마음을 아끼고 보살피면서 하루를 빛내는 고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으니 살아야 합니다.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불새》(학산문화사,2002) 열다섯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삶 아닌 전쟁에만 눈길을 두는 권력 우두머리와 종교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권력과 종교를 거머쥔 우두머리는 온누리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서 바보로 만들 생각뿐입니다. 아니, 온누리 사람들은 늘 바보였다고 여기면서, 온누리에 꿈이나 사랑이 샘솟을 길을 꽉 틀어막으려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삶을 꽉 틀어막을 적에는, 권력 우두머리나 종교 우두머리도 꿈이랑 사랑하고 동떨어져요. 권력 우두머리도 스스로 사랑스럽지 못한 삶에 허덕입니다. 어디에선가 다른 권력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머리를 싸맵니다. 어디에선가 다른 종교가 파고들지 않을까 골머리를 앓습니다. 거머쥐면 거머쥘수록 느긋하게 잠들지 못할 뿐 아니라, 가지면 가질수록 더 진땀을 뺍니다. 거머쥐었으나 쓸 줄 모르고, 가졌으나 즐길 줄 모릅니다.


  이와 달리, 권력도 돈도 지식도 이름도 굳이 안 가진 여느 시골마을 사람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잔치를 즐깁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두레를 하고 품앗이를 합니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스스로 집을 짓고 옷을 지으며 밥을 짓습니다. 숲을 아끼고 들을 보살피며 냇물을 지킵니다.


-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불법이 나쁘다거나 사악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여도 괜찮을 텐데.” “불법이 완력으로 다른 신을 몰아내려 하는 게 문제예요. 이 나라에는 오래 전부터 많은 수호신이 있었습니다. 그 신들은 불교의 압력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그들에게 있어 불교는 침략지인 셈입니다.” “자네가 그런 문제에 불평불만을 가질 입장인가?” “네, 불평할 건 해야죠! 난 끝까지 향토신들을 지킬 겁니다!” (146쪽)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때에 참사람이 될까요. 사람은 어떤 삶을 누릴 때에 아름답거나 훌륭하다 할 만할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가 되면 참사람이 되나요? 의사나 변호사나 판사쯤 되어야 아름다운가요? 손꼽히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나 배우가 되면 훌륭한가요?


- “오오토오 왕자님께 아룁니다. 오우미 동쪽 머나먼 땅에는 많은 나라와 많은 마을이 있습니다. 그 지방 백성들은 각자의 신앙과 제사 풍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칙명에서는 각지에 국분사를 짓고 모든 부족들이 불법에 귀의하기를 명하고 있습니다. 삼가 무례를 알면서도 여쭙니다. 그들의 신앙을 탄압하고 새로운 종교로의 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괴롭혀 그 나라와 마을의 평화로운 생활을 어지럽힐 뿐입니다. 모쪼록 자비를 베푸시어 신앙과 제사 풍습의 자유를 허락해 주십시오.” “어머, 이 개가 우네. 개의 눈물은 난생 처음 봤어.” “토오치 공주, 조용히 해! 그래서?” “부디 제도를 완화해 주셨으면.” (234∼235쪽)


  씨앗을 심는 사람이 어여쁩니다. 풀포기를 쓰다듬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나뭇잎을 바라보는 사람이 훌륭합니다. 냇물을 긷는 사람이 사랑스럽습니다. 풀벌레노래 듣는 사람이 믿음직합니다.


  동이 트며 저 먼 멧자락에 붉은 기운 서립니다. 아침노을이 해맑습니다. 풀벌레는 밤새 노래하고, 멧새는 새벽에 깨어납니다. 시골사람은 새벽밥을 짓고, 새벽일을 하며 새벽이슬을 먹습니다. 고단한 아이들은 조금 늦게까지 잡니다. 잘 놀고 잘 먹으며 잘 잔 아이들은 일찍 일어납니다.


  사람은 사랑하기에 살아갑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합니다. 사람은 꿈꾸기에 살아갑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꿈꿉니다. 사람은 노래하기에 살아갑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노래합니다. 사람은 이야기하기에 살아갑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야기합니다. 곧, 삶을 이루는 바탕은 사랑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입니다. 사랑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삶이 아름답게 빛납니다. 4346.9.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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