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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콩! - 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7
엄혜숙 옮김, 사이먼 리커티 그림, 앤디 컬런 글 / 내인생의책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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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4
콩을 먹는 사람들
― 콩콩콩! 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
사이먼 리커티 그림, 앤디 컬런 글
엄혜숙 옮김
내인생의책 펴냄, 2009.10.7. 1만 원
가을걷이를 앞둔 늦여름입니다. 마을마다 콩포기를 베어 길가에 널어 말리느라 바쁩니다. 볕이 좋을 적에 콩포기를 잘 말리고 콩을 털어야, 비로소 참깨를 베어 말릴 수 있고, 참깨를 베어 말리고 턴 뒤에, 바야흐로 나락을 베어 말립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밭이 있으면, 그런 데는 트랙터라는 기계를 써서 밭을 갈는지 모릅니다. 한국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는 경운기 앞자락에 연장을 붙여 천천히 밭을 갈곤 합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시골에서나 소한테 쟁기를 얹어 밭을 갈았어요.
나락을 심을 적에는 모를 내어 볏모를 옮겨서 심지만, 콩은 나락처럼 기계를 써서 심기 어렵습니다. 아마, 미국이나 캐나다쯤 되면, 사람이 손으로 심지 않고 기계로 심을 수 있지 않으랴 싶어요. 이들 나라에서는 이녁이 먹을 콩이 아닌, 돈을 벌려고 내다 파는 콩을 심거든요. 커다란 기계를 쓰거나 일꾼을 많이 모아서 한꺼번에 엄청나게 짓고 엄청나게 다룹니다.
이 나라 시골 할매와 할배는 도리깨도 쓰고 방망이도 쓰며, 경운기가 밟고 지나가도록 하면서 콩을 텁니다. 조그마한 짐수레에 무거운 돌을 얹어 이리 밀고 저리 밀면서 콩을 털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시골마을 조그마한 밭자락에서 거둔 콩은 이녁 스스로 먹고, 도시로 떠난 아이들한테 보내 줍니다. 손수 심고 손수 돌보며 손수 거두어 손수 갈무리합니다. 그리고 손수 밥을 지어 먹어요.
.. 트랙터가 넓고 넓은 밭을 갈았어. 농부는 콩을 가져와서, 밭에 꼭꼭 심었지 … 농부는 꼬투리를 까서 상자에 담아서 트럭에 싣고 콩공장으로 달려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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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리커티 님 그림하고 앤디 컬런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콩콩콩! 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내인생의책,2009)를 읽습니다. 영국에서 도시사람이 바라본 ‘콩을 심고 거두어 먹는’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입니다. 밝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엮는구나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콩이 좋아!” 하는 말마디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콩이 얼마나 맛난 밥인가를 알려주려고 힘쓴 그림책이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콩돌이와 콩순이가 “제발 한 번 먹어 봐! 콩은 맛있어.” 하고 말한대서 콩맛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궁금해요. 무엇보다, 콩을 익히거나 볶아서 차린 접시를 ‘꼬마 공주님’과 ‘꼬마 왕자님’ 앞에 차린다는 대목이 아리송합니다. 아이들은 ‘아이’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공주’도 ‘왕자’도 아니에요. 다만, 영국사람이 그린 어린이책이니, ‘공주’이니 ‘왕자’이니 나올 법도 하구나 싶은데, 아무리 영국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에서 공주나 왕자가 된 사람은 몇이나 되었을까. 영국에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살아온 여느 ‘아이’일 텐데요.
.. 사람들은 꼬투리에서 콩을 골라서 봉지와 깡통에 담았어. 그리곤 콩을 꽁꽁 얼렸지. 콩은 온 세상 여기저기로 여행을 떠났어. 배로, 기차로, 비행기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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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콩콩콩! 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에 나오는 콩은 여느 콩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모두 곡물재벌이 유전자조작을 해서 키우는 콩이겠지요. 들에서 들숨을 마시는 콩이 아니라, 유전자를 건드리고 농약으로 화학처리를 한 ‘식품’이겠지요.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농장에서는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기도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뙈기에 오직 한 가지 곡식만 심어서 거두려 하면, 이 한 가지 곡식을 빼고는 자라서는 안 될 테니까, 농약을 엄청나게 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에서는 ‘콩 농장에서 농약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가’를 다루지 않습니다. 이 콩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몸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그리고 지구별 푸른 숨결에 얼마나 이바지를 할는지 알 길이 없어요.
..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콩이 접시에 담겨, 꼬마 공주님과 꼬마 왕자님 앞에 놓였단다. 꼬마 공주님이 말했다. “난 콩 먹기 싫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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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심고 돌본 뒤 거두어서 먹는 콩이 가장 맛있습니다. 호텔 요리나 레스토랑 요리가 되어야 맛있지 않습니다. 굳이 콩이 아니어도 날씨와 철을 살펴 요모조모 심고 돌보면서 거두면 삶이 즐겁습니다. 우리는 콩 한 가지만 먹지 않아요. 쌀도 보리도 밀도 수수도 서숙도 율무도 먹습니다. 상추와 시금치만 먹을까요? 깻잎도 고추잎도 먹고, 무청도 먹으며 푸른 배춧잎도 먹어요. 당근 뿌리도 맛있지만 당근 줄기도 맛있어요. 냉이 씀바귀 쑥도 맛나며, 고들빼기 지칭개 소리쟁이 비름나물 주홍서나물 젓가락나물 쇠뜨기 취나물 까마중잎 부추 코딱지나물 미나리 질경이 갯기름나물 모두 맛나요. 꽃 달린 갈퀴나물도 맛나고, 꽃 자그마한 꽃다지와 꽃마리도 맛납니다.
모든 곡식과 풀은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이 어우러지는 사랑으로 자라니, 어느 곡식이거나 풀이거나 모두 살갑고 아름답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나라 어느 겨레에서도 화학농약을 뿌리지 않았어요. 심은 곡식과 푸성귀도 먹지만, 들에서 스스로 돋는 풀도 먹습니다. 그런데,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아예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만 살다가 도시에서 죽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보니, 흙도 숲도 들도 마을도 밥도 어떻게 이루어질 때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운가를 잊기 일쑤예요.
콩 한 알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봐요. 날콩 한 알 입에 넣고 오래도록 천천히 씹으면서 콩알에 깃든 숨결을 읽어요. 콩을 먹을 적에 콩은 내 몸이 됩니다. 내 몸이 된 콩이란, 나 스스로 콩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양소 아닌 숨결인 콩을 헤아립니다. ‘한 끼니 밥’이면서 ‘온 삶’을 이루는 살뜰한 빛을 바라봅니다. 이 땅 어버이들이 그림책 《콩콩콩! 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읽히기 앞서, 작은 꽃그릇 하나에 콩 석 알 심고는 언제나 들여다보며 차근차근 돌볼 수 있기를 빕니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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