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꽃 책읽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마다 다 다른 흰꽃이 핀다. 늦여름에는 고들빼기 흰꽃이 마당을 채운다. 고들빼기 흰꽃 곁에는 부추풀 흰꽃이 마당을 보듬는다. 고들빼기와 부추는 나란히 꽃을 피운다. 다만, 고들빼기가 꽃을 피우도록 그대로 두는 시골 할매와 할배는 드물다. 부추풀은 씨앗을 맺고 씨앗주머니가 톡 하고 터져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그대로 두시지만, 고들빼기는 풀 베는 연장을 윙 돌려서 모조리 모가지를 꺾는다.
뿌리를 캐서 먹어도 맛난 고들빼기이지만, 잎사귀를 뜯어서 먹어도 맛난 고들빼기이다. 뿌리와 어린줄기만 먹어서는 고들빼기 온맛을 알 수 없다. 봄 여름 가을까지 고들빼기 잎사귀를 바지런히 뜯어서 맛난 밥으로 삼을 때에 비로소 고들빼기 깊은 맛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부추도 이와 같다. 꽃대가 올라 하얀 꽃 앙증맞게 터질 때까지 봄부터 신나게 뜯어서 먹는다. 꽃대가 오르면 부추잎은 조금만 뜯는다. 부추꽃이 피면 퍽 오랫동안 즐거이 흰빛 누린다.
우리 집 고들빼기는 올해에 씨앗을 얼마나 퍼뜨리려나. 다른 이웃집은 그리 안 좋아하니 우리 뒤꼍으로도 씨앗을 퍼뜨리기를 빈다. 씨주머니 맺으면 잘 받아서 우리 집 둘레 곳곳에 뿌리려 한다. 고들빼기 씨앗을 먼 이웃한테도 보내 볼까. 내가 굳이 이웃들한테 고들빼기 씨앗을 보내지 않아도, 고들빼기는 온 나라 골골샅샅 알뜰살뜰 번져 살가운 잎사귀와 맑은 꽃망울 나누어 주겠지. 뜯고 또 뜯어도 씩씩하게 새 잎사귀 내면서 팔월 끝무렵까지 온 고들빼기야, 밤에는 자고 새벽에 깨어나는 고들빼기 흰꽃아, 너희 꽃망울 보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줄 느끼겠구나. 4346.8.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