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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뱀 ㅣ 보리 어린이 첫 도감 1
도토리 지음, 이주용 그림, 심재한 감수 / 보리 / 2006년 4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1
그 많던 개구리와 뱀은 어디로
― 개구리와 뱀
이주용 그림
도토리 글
보리 펴냄, 2006.4.25. 25000원
개구리가 자취를 감춥니다. 개구리가 살아갈 터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갈 땅도 좁은데 개구리 살아갈 터전을 걱정하느냐 핀잔할 분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 지율 스님이 고속철도가 천성산에 구멍을 내어 지나가면 도룡뇽이 죽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때에 참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바보스럽다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도룡뇽 한 마리’보다 ‘한 시간 더 빨리 달리는 기차’가 대수롭다고 여겼을 테니까요.
도룡뇽 한 마리를 우습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잠자리와 나비도 우습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벌과 제비도 가볍게 여기고, 범과 곰도 가벼이 여길 테지요. 땅강아지 한 마리 있어 막개발을 멈출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달개비 한 송이 있어 막삽질을 그칠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물을 마음껏 못 마십니다. 도시에서는 집집마다 정수기를 들여놓습니다. 수도물은 끓여서 마십니다. 흐르는 냇물을 즐겁게 떠서 마시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몇 퍼센트쯤 될까요. 1퍼센트쯤 되려나요. 그러면, 왜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졸졸 흐르는 맑은 냇물 또는 땅밑물’이 아닌 정수기 물이나 수도물을 마셔야 할까요. 우리 몸에는 정수기 물이나 수도물이 알맞을까요. 우리 몸을 살리는 물이란 어떤 물일까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이 마시는 물은 여우가 함께 마시는 물이었고, 노루와 토끼가 함께 마시는 물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제비랑 메추라기랑 참수리랑 꾀꼬리하고 똑같은 물을 마셨습니다. 사람이 먹는 풀은 풀벌레가 깃드는 풀이었습니다. 사람이 베어서 얻는 나무는 여러 짐승과 새와 벌레가 깃드는 나무였습니다.
감나무를 심어 사람만 혼자 먹는 법이 없었어요. 까치밥을 남겼어요. 콩알을 심을 적에 사람만 혼자 다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새한테도 쥐한테도, 또 흙한테도 나누어 주었어요.
논에 벼를 심어서 키울 적에도 사람만 낟알을 훑지 않습니다. 논바닥에 남은 낟알은 새도 먹고 멧짐승도 먹습니다. 또, 옛사람이 볏포기로 새끼를 꼬고 지붕을 잇거나 짚신을 삼으면서, 오래되어 낡거나 썩은 볏짚은 다시 흙한테 돌려주었어요. 먼먼 옛날부터 사람은 ‘혼자살기’ 아닌 ‘함께살기’를 했습니다. ‘혼자살기’를 하려던 짐승은 늘 스스로 죽기 마련이었고, ‘함께살기’로 나아가는 목숨은 늘 즐겁게 살기 마련이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은 ‘참말 살겠다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오늘날 사람들 지내는 모습은 ‘살겠다는 몸짓 아닌 죽겠다는 바보짓’이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 공장이 들어서고 길이 나면서 물과 공기가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 양서류는 살갗으로도 숨을 쉬기 때문에 더러운 공기나 물을 그대로 빨아들여. 또 알을 물 속에 낳기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면 알이 깨어나지 못해. 이렇게 양서류는 환경이 오염되면 살 수 없어서 ‘환경지표동물’이라고 해. 우리 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양서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양서류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가 사는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야 .. (85쪽)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보리,2006)을 읽습니다. 개구리와 뱀을 한눈에 알아보기 좋도록 잘 엮고 꾸몄습니다. 어떤 알을 낳고 어떤 모양이며 어떤 빛깔인지 알뜰히 보여줍니다.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한테 맞추어 나온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는 개구리도 뱀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니, 이러한 그림도감을 살피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개구리’와 ‘한국에 있는 뱀’이 무엇인지를 익힐 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다만, 개구리 갈래마다 울음소리가 어떻게 다른가를 찬찬히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노래잔치를 이루는지를 밝히지는 못합니다. 겨울잠을 자려고 어느 때부터 숲이나 멧골로 깃드는지라든지, 개구리 한 마리가 몇 살까지 살아가는지라든지, 개구리마다 어떤 먹이를 즐겨먹는지라든지, 하루에 얼마쯤 자고 얼마쯤 움직인다든지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는 못합니다.
나비와 벌을 도감으로 엮는다든지, 풀과 버섯을 도감으로 엮을 때에도 이와 같을 테지요. 둘레에서 개구리·뱀·나비·벌·풀·버섯을 흔히 만나고 마주하기에 이러한 그림도감을 보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이 나라 아이들 가운데 몇몇쯤 날마다 개구리하고 인사하고 뱀하고 만나며 나비하고 놀 수 있을까요.
그 많던 개구리하고 뱀은 어디로 갔을까 알쏭달쏭합니다. 그림책에만 남거나 그림도감에만 적바림하는 개구리랑 뱀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농약을 워낙 많이 쓰니까 개구리가 살아남지 못해요. 개구리가 살아남지 못하면서 뱀도 살아남지 못해요. 봄여름에 깨어나거나 태어난다 하더라도, 논 둘레로 온통 찻길이라서, 개구리는 하루아침에 수백 수천 마리가 자동차에 밟혀 죽곤 합니다. 논갈이에서 살아남은 개구리알은 농약을 맞아 죽기 일쑤요, 논갈이와 농약에서도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찻길에서 끔찍하게 밟혀 죽어 찻길을 붉게 물들입니다. 뱀도 찻길에서 흔히 밟혀 죽어요.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제 개구리와 뱀은 이렇게 책으로만 마주해야 할까 싶기도 한데, 책 아닌 삶에서 개구리와 뱀을 만나자면 우리 삶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4대강사업 하나 때문에 개구리와 뱀이 엄청나게 죽기도 할 테지만, 농약을 쓰니까, 또 아파트를 지으니까, 또 관광지 개발을 하고 논도랑을 시멘트로 바꾸니까, 또 자동차 물결이 수그러들거나 잦아들지 않으니까, 개구리와 뱀은 아주 빨리 줄어듭니다.
맹꽁이는 진작부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 되었습니다. 개구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뱀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요. 개구리가 살아갈 수 없다면, 개구리가 지내는 논물과 풀밭이 사람한테도 나쁘다는 뜻인데, 앞으로 이 나라 사람들 삶은 어떻게 될까요. 4346.8.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