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에는 달걀말이

 


  도시락을 싸기 하루 앞서 생각한다. 고흥 시골집으로 마실을 온 형한테 어떤 밥으로 꾸민 도시락을 싸주면 즐거울까. 집에 있는 이것저것 헤아린다. 이 도시락은 아이들한테도 싸줄 테니, 어떤 밥으로 꾸리면 예쁠까. 마당가에서 고들빼기잎 뜯고 부추잎 뜯으며 돗나물 뜯는다. 김 한 장 냉동실에서 꺼낸다. 달걀 석 알로 먼저 달걀말이 하나 부치면서 고들빼기잎이랑 부추잎이랑 돗나물을 넣어서 꾹꾹 누르면서 부친다. 달걀 석 알로 두 번째 달걀말이 부칠 적에도 똑같이 풀잎을 바닥에 깐 다음 김을 넓게 덮는다. 이러고서 천천히 말면서 꾹꾹 눌러 부친다.


  도시락에는 달걀말이일까. 아무렴. 어쩌면 달걀맛보다 풀맛이 더 날 만한 달걀말이인데, 아이들이 야금야금 냠냠 잘 씹어서 먹는다. 세 살 작은아이도 ‘풀버무리’와 엇비슷한 달걀말이를 앙 깨물어 잘 먹는다. 날푸성귀로 고들빼기나 부추를 주면 이맛살 찡그리던 작은아이가 달걀말이에 깃든 고들빼기나 부추는 못 느끼나? 아버지는 너희한테 풀을 먹이고 아버지 스스로도 풀을 먹으려고 집 둘레를 온통 풀밭으로 가꾼단다. 4346.8.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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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0 19:13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도 전에 김 넣은 달걀말이를 잘 해주셨기에, 저도 아이들에게 김달걀말이를
잘 해주곤 하는데,
함께살기님 달걀말이는 그야말로 자연의 달걀말이군요~^^

숲노래 2013-08-11 08:04   좋아요 0 | URL
달걀은 저희가 키운 달걀이 아니라서
아주 자연은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