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머리 두 갈래로 묶기

 


  큰아이와 함께 살아온 지 여섯 해째 되고 보니, 큰아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는 일을 수월하게 한다. 내 머리카락을 안 자르고 두면서 고무줄로 휙 묶고는 머리띠로 조인 채 지내니, 예쁘게 묶는 손재주가 없었으나, 옆지기가 집에 없이 여러 달 지내면서 하루이틀 손재주가 늘어난다. 긴 고무줄로 가시내 머리카락을 어떻게 묶는가 하는 대목을 천천히 익힌다.


  둘레 사람들은 으레 ‘어머니가 해 주어야지’ 하고 말한다. 아버지가 딸아이 머리카락 묶는 일이 어울리지 않거나 걸맞지 않다는 듯 여긴다. 그러면, 등허리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오는 아버지인 내가 내 머리카락을 혼자 스스로 묶는 모습은 뭘까? 내 머리카락 길이나 좀 보고서 이런 얘기를 해도 해야 할 텐데.


  큰아이가 일곱 살이 되거나 여덟 살쯤 되면, 고무줄을 안 쓰고도 머리카락만으로 땋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큰아이는 아홉 살 즈음 되면 혼자서 머리카락을 땋으며 놀 수 있을 테고, 곁에서 아버지가 먼저 솜씨있게 해낸 다음 찬찬히 가르쳐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침에 큰아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으면서 생각한다. 그동안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머리끈 가지고 놀다가 많이 망가뜨리고 끊어먹고 늘어뜨리고 잃어버리고 했는데, 이제 날마다 머리카락을 묶어야 하는 만큼, 빳빳하고 깨끗하며 예쁜 머리끈 둘 새로 장만해야겠다. 다음에 읍내에 가면 머리끈부터 사자. 4346.8.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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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10 09:26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가 이것도 누나처럼 해달라고 하면 어쩌지요? ^^
더울땐 짧은 머리보다 차라리 좀 길러서 묶는게 제일 실용적이고 시원하지요.

숲노래 2013-08-10 09:32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는 아직 머리카락이 아주 짧아서
빗질만 해 주어요.

산들보라는
아마... 누나 치마 몽땅 물려받을 테니,
치마도 입으면서 놀고
머리도 예쁘게 땋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