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45] 숲길
숲길은 숲바람 마시며 걷는 길
들길은 들내음 맡으며 걷는 길
삶길은 삶사랑 빛내며 걷는 길.
자동차 드나들기 수월하도록 숲길 안 깎아도 한결 아름다울 골짜기 될 테지만, 어른들은 한결 아름다울 골짜기보다는 자동차 수월하게 드나드는 길을 더 바랍니다. 두 다리로 걷는 숲은 헤아리지 않아요. 이 바쁜 나라에서 언제 걸어서 다니느냐고, 자동차로 휭 숲길 가로지르면 넉넉하다고 여깁니다. 걸을 때에 즐거운 길을 걷지 않고, 천천히 쉬며 드러누워 하늘바라기 하면 호젓한 길을 쉬지도 눕지도 않으면, 삶은 어떤 빛이나 무늬가 될까요. 아이들은 자동차에 실린 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짐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운 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보내는 심부름꾼이 아닙니다. 서로 손을 맞잡고 숲길과 들길과 삶길을 씩씩하게 걸어요. 4346.8.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