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임수경

 


  헌책방 책시렁에 두 사람 책이 나란히 꽂힌다. 하나는 서슬퍼런 1970년대 군사독재이자 유신독재 불바람을 타고 나온 《새마음의 길》이라는 책이요, 다른 하나는 1990년에 나온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이다.


  두 가지 책은 나란히 꽂힐 만한가? 두 가지 책은 나란히 꽂혀도 될 만한가? 나는 이쪽도 잘 모르겠고, 저쪽도 잘 모르겠다. 서슬퍼런 군대 총칼과 권력 주먹질로 꽁꽁 짓밟으면서 읊던 ‘새마을’과 ‘새마음’이 얼마나 참다운 빛줄기가 되었을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민간인’은 왜 남녘에서 북녘으로 가면 안 되고 북녘에서 남녘으로 오면 안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정치권력자가 휘몰아친 새마을운동에 따라 이 나라 모든 마을에 농약과 텔레비전과 시멘트와 석면과 비닐이 퍼졌다. 정치권력으로 내세운 새마음운동에 따라 이 나라 아이들은 반공과 애국에 한몸 바치도록 닦달받았다.


  생각해 보면, 독재권력자도 어머니 사랑을 받아 태어난 목숨이다. 어머니 사랑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태어나지 못한다. 어머니 사랑을 먹으며 아이들이 자라고, 이 아이들은 꿈과 사랑을 아름답게 품는다. 어머니가 아이를 둘 낳을 적에 두 아이가 서로 다투며 고개 홱 돌린 채 다투기를 바랄까. 열 아이 낳으면 열 아이 모두 애틋하며 그립기 마련인 어머니이다. 다 다른 길을 걷고 다 다른 꿈을 품을 아이들이지만, 다 같은 사랑이요 다 같은 빛이 되기를 바랄 어머니이다.


  《새마음의 길》은 누가 읽은 뒤 헌책방으로 들어왔을까. 수만 수십만 권 엄청나게 찍어서 골골샅샅 기관과 학교에 뿌렸기에 아직까지도 책이 남아돌아 헌책방마다 그득그득 있을까.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는 일찌감치 불온도서가 되어 새책방 책시렁에서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는데, 어떤 손길을 타고 잘 살아남아 이렇게 헌책방 책시렁에 곱다라니 꽂힐 수 있을까. 앞으로 쉰 해 뒤, 박근혜 임수경 두 사람 모두 흙으로 돌아간 뒤에 이 책들 어떤 손길을 탈 만한지 궁금하다. 4346.8.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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