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물

 


  잠든 아이들 부채질을 틈틈이 해 준다. 아이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안 솟을 때까지 부채질을 틈틈이 한다. 이제 부채질을 안 해도 되는구나 싶을 무렵,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나도 몸 한 차례 씻을까 생각한다.


  몸을 씻는 김에 빨래 두 점 한다. 낮에 골짜기에서 놀 적에는 골짝물이 아주 차갑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우리 집 물은 사뭇 다르다. 우리 집 물은 쓰면 쓸수록 차갑다. 땅밑에서 길어올려 쓰는 물인 만큼, 한여름에는 얼마나 시원하면서 더위를 가시게 하는지. 참말 시골물이란 이렇게 차갑고 시원하며 맑아야 시골물이지.


  도시에서는 아파트에서건 호텔에서건 여관에서건 찬물이 없다. 냉장고로 식히는 찬물은 있을 테지만, ‘늘 흐르는 찬물’이 없다. 수도물은 쓰고 또 써도 늘 미지근하다. 그러고 보면, 찬물이 없는 도시이기에 여름이 훨씬 무더우면서 고단하리라 본다. 찬물이 없는 도시이니 도시사람은 물빛과 물결이 어떠한가를 살피지 못하면서 지내는구나 싶다. 물맛과 물숨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우리 몸이 온통 물로 이루어진 얼거리를 못 깨닫는구나 싶다. 4346.7.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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