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신문 한 부 사기
도시에서 지낼 적에는 신문을 사기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종이신문이 나날이 자취를 감추며, 도시에서도 종이신문 살 데는 마땅하지 않았지만,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들이면 신문 한 부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시골로 삶터를 옮기고부터는 도무지 종이신문 구경할 길이 없다. 오늘치 ㅎ신문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퍽 크게 다루는 기사가 났기에, 종이신문으로 한 부 장만해서 건사하려 했는데, 막상 읍내에 군내버스 타고 찾아갔어도 신문이 없다. 신문 한 부를 사러 순천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가?
생각해 보니, 서울에 본사를 둔 ㅎ신문뿐 아니라 ㅈ신문이나 ㄷ신문이나 ㄱ신문 모두 서울 언저리나 가끔 부산이나 대구쯤 가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지, 전라남도 고흥 같은 데까지 찾아와서 취재를 하는 일이 없다. 전라남도 보성이나 장흥이나 강진 같은 데에 취재하러 가는 ‘서울 기자’는 몇이나 될까.
시골에 ‘중앙일간지’가 없는 까닭을 알 만하다. 중앙일간지치고 ‘시골 이야기’ 다루는 신문이 없으니, 시골사람 가운데 ‘중앙일간지’를 장만해서 ‘이 나라 돌아가는 흐름이나 발자국’을 살필 까닭이 없다. 서울에서 나오는 ‘서울 신문’은 ‘서울 이야기’만 다루면서 ‘서울 사람들’ 읽을 글과 그림과 사진만 싣겠지.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