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빛 책읽기
구름이 흐른다. 파랗게 눈부신 넓은 하늘에 구름이 흐른다. 구름은 하얀 빛이기도 하고 잿빛이기도 하며 하야스름한 빛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에 따라 볼그스름한 빛이 되다가는 붉게 물들기도 하고, 파르스름한 빛을 띄면서 높은 멧봉우리가 되거나 새가 되거나 나무가 되기도 한다.
서울마실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 창문 바깥으로 구름을 본다. 기찻길에서는 아이들과 잠을 자고, 순천 시내 벗어나고 벌교 읍내 벗어날 때부터 비로소 숲과 구름을 본다. 서울이나 순천처럼 높다란 시멘트집 거의 안 보이는 고흥은, 벌교처럼 큰 저잣거리나 수많은 살림집이 없다시피 한 고흥은, 숲이 잘 보이고 구름이 멀리까지 보인다. 도시사람은 문명을 안고 산다면, 시골사람은 숲과 구름을 품으며 산다고 할까. 이름은 똑같이 시골이라 하지만, 관광지가 되거나 큰도시 곁에 있는 곳은 시골스러움이 사라진다고 할까.
도시에서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하늘을 볼 겨를이 없다. 좁은 골목길에까지 치고 들어오는 자동차 때문에 아이들을 소리쳐 불러야 하고, 닦달하거나 채근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땅밑 깊이 파헤쳐서 전철이 다닌다. 도시에서 어쩌다 버스를 타더라도 높다란 시멘트 건물에 가로막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다. 도시에서는 그저 가게를 보고 아파트를 보며 건물을 보다가는, 다른 자동차와 광고판만 들여다보아야 할 뿐이다.
시골이라 할 때에는 읍내나 면내에서도 자동차와 건물 때문에 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한다. 자동차한테서 풀려나고, 가게가 사라지는 곳이 되어야 바야흐로 마음을 탁 트면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귀를 기울여 숲소리와 들소리를 듣는다. 하늘을 마주하며 내 두 발로 디딘 땅기운을 헤아려 풀내음과 꽃내음을 맡는다. 살결로 스치는 바람맛을 본다. 저 구름은 어쩜 저렇게 어여쁜 빛을 베푸는가 하고 생각한다. 구름빛을 받아들여 삶빛을 북돋운다. 구름빛을 가슴속으로 맞아들여 사랑빛을 살찌운다. 4346.7.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