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오오시마 신이치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4

 


나비를 얼마나 아셔요?
― 나비
 오오시마 신이치 글·그림,김창원 옮김
 진선북스,2006.2.28./7500원

 


  나비를 얼마나 아셔요? 아니, 나비를 안다고 할 수 있나요?


  내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도 나비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아마, 서울에서도 이럭저럭 나비를 볼 수는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풀이 있고 나무가 있으면 나비가 알을 낳아 다시 깨어날 수 있거든요. 풀이고 나무고 몽땅 밀어내어 없애면 나비는 한 마리도 깨어날 수 없어요.


  나날이 논밭이 줄고, 빈터가 사라지며, 들과 숲이 짓밟혀요. 나비는 느긋하게 알을 낳으며 새롭게 태어날 만한 삶자리를 빼앗겨요. 사람들은 나비 한 마리를 헤아리지 않고 공사를 벌여요. 사람들은 배추흰나비이건 노랑나비이건 범나비이건 제비나비이건, 나비 한 마리가 살거나 죽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토목공사를 꾀해요. 사람들은 무늬범나비이건 부전나비이건 모시나비이건 괴롭히거나 들볶기만 해요. 나비를 살뜰히 살피지 않고 고속도로를 닦고 발전소와 공장을 지으며 아파트를 늘려요.


  풀잎과 나뭇잎이 있어야 나비가 알을 낳아요. 풀잎과 나뭇잎이 싱그러워야 애벌레가 무럭무럭 커요. 풀밭과 숲이 싱그러워야 번데기가 이루어지고, 온갖 꽃이 피고 지며 환한 삶터 이루어야 비로소 나비로 깨어나서 즐겁게 팔랑팔랑 날아다닐 수 있어요.


  그러면, 생각해 보아야지요. 나비가 다시 깨어날 수 없는 데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좋은 삶을 얼마나 즐겁고 아름답게 누리는지 생각해 보아야지요. 나비가 기쁘게 깨어나서 눈부시게 팔랑거리는 데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삶을 어떻게 누리는지 생각해 보아야지요.


.. 팔랑거리며 하늘을 나는 나비가 나비의 전부는 아니에요 ..  (1쪽)

 

 


  내 어릴 적,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나비를 맨손으로 잡고 나서 눈을 비비지 말아’ 하는 소리를 으레 들었습니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동네에서건 나비와 잠자리를 쉽게 만났고, 쉽게 잡았으며, 쉽게 놀다가 쉽게 풀어 주었어요. 나비를 잡고 한참 놀면 손에 나비 날개를 빛내던 가루가 묻어 반짝거렸어요. 그리고, 내 손가락에 나비 날갯가루 묻은 만큼 나비 날개는 빛을 잃어요.


  나비를 손가락 뻗어 잡으면, 날개 끝으로 찌르르 하며 콩닥거리는 기운이 퍼져요. 작은 사람이 작은 나비를 작은 손가락으로 잡으면서 작은 숨결을 느껴요. 나비가 두근두근 떨며 무서워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나비야 너희를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잡았어, 나랑 함께 놀자, 하고 말을 걸지만, 나비는 ‘날개를 붙잡힌’ 채 나를 따라다녀야 할 뿐입니다. 내가 나비하고 놀고 싶다면, 나비는 나비대로 팔랑팔랑 날아다녀야 하고, 나는 나대로 뛰고 달리고 해야 옳겠지요.


  한참 나비를 잡고 놀다가 풀밭에 놓으면, 나비는 힘이 없습니다. 무척 오랫동안 풀잎에 앉아서 쉽니다. 어쩌면 기운이 다했는지 몰라요. 애써 나비로 깨어나 실컷 날아다니고 싶었는데, 그만 사람한테 붙들리느라 날개힘 모두 빠지고 말았는지 몰라요.


  오오시마 신이치 님 그림책 《나비》(진선북스,2006)를 읽으며 나비를 떠올립니다. 오오시마 신이치 님은 예순네 가지 나비를 알부터 애벌레와 번데기 모습까지 낱낱이 그려서 보여줍니다. 예순네 가지 나비가 알부터 애벌레와 번데기를 지나는 동안에도 서로서로 사뭇 다른 모습인 줄 알뜰히 보여줍니다.

 

 


  예순네 가지 나비가 알부터 애벌레와 번데기를 지나는 동안 저마다 다른 모습이라면, 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잎사귀와 꽃가루와 꿀이 다 다르리라 느껴요. 다 다른 잎을 먹고 꽃가루를 먹으며 꿀을 먹으리라 생각해요. 다 다른 빛깔과 무늬와 몸으로 거듭나서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른 무지개처럼 피어나 날갯짓을 하겠구나 싶어요.


  그림책 《나비》를 들여다보면, 나비를 보여줄 적에는 사진보다 그림이 한결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오래도록 나비를 들여다볼 텐데, 그림으로 나비를 담을 적에는 훨씬 오래 더 많은 나비를 두루두루 들여다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른이든 아이이든 나비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린다 한다면, 더 찬찬히 더 따스히 더 가까이 나비와 어깨동무를 할 테지요.


  이웃을 떠올려요. 동무를 생각해요. 먼먼 나라를 헤아려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과 넋을 하나하나 짚어요. 우리들은 우리 이웃과 동무를 어느 만큼 생각하나요. 우리를 둘러싼 숱한 숨결을 어느 만큼 헤아리나요.


  나비를 사랑스레 바라보기에 사랑스러운 그림 하나로 보여줍니다. 이웃을 사랑스레 마주하면 사랑스러운 손길로 이웃과 어깨를 겯어요.


  나비를 얼마나 아셔요? 이웃을 얼마나 아셔요? 숲과 풀과 나무를 얼마나 아셔요? 지구별을 얼마나 아셔요? 우주를 얼마나 아셔요? 우리들은 무엇을 얼마나 알면서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4346.7.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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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08 09:36   좋아요 0 | URL
저도 "나비 맨손으로 잡고 나서 눈을 비비지 말아'라는 말 많이 들은 듯 해요.
이틀전인가 문을 나서는 데 하얀나비가 눈앞에서 팔랑, 나는데 풀밭이나 꽃밭이 아니여서인지
왠지..외롭고 길을 잃은 아이같았어요...

숲노래 2013-07-08 10:23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한테 인사 하러 들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