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4. 2013.6.28.

 


  도서관 작은 나무걸상에 앉은 산들보라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예쁠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한다. 저 나무걸상은 초등학교 1∼2학년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런 나무걸상을 썼다. 1985년 무렵이던가, 쇠다리 붙고 합판 바닥 붙은 걸상이 나왔지 싶다. 작은아이가 앉은 나무걸상도 바닥은 합판이다. 그런데, 내가 국민학교 다니며 쓴 나무걸상은 바닥도 합판 아닌 나무였다. 나무를 막대기처럼 네모낳게 잘라서 척척 붙인 나무걸상이었다. 이 나무걸상은 오래되면 뜯어서 땔감으로 썼다.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받은 돈으로 나무를 사서 학교 일꾼(청지기)을 시켜 나무걸상을 짜도록 시켰다. 지난날 국민학교에서는 나무걸상 아니고는 쓰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 난로는 나무를 때어서 썼으니, 이래저래 나무 들어갈 일이 많았다. 이와 달리, 요즈음 학교는 무늬만 나무 같은 걸상이고, 아예 나무조각 하나 안 쓴 걸상을 쓰기도 한다. 나무책상을 안 쓰기도 할 테지. 나무걸상도 나무책상도 차츰차츰 자취를 감추겠지. 사람들이 숲을 지나치게 밀어내어 도시를 세우느라 나무로 무엇을 짜거나 만들기 더 어려우리라 느낀다. 어느덧 전자책 나오며 종이책을 밀어낼 움직임이 보인다. 사람들이 종이를 그야말로 함부로 쓰고, 아무것이나 되는 대로 책을 만드니, 전자책이 나올 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모든 책을 종이책으로 만들어야 하지는 않다. 책으로 남겨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이야기일 때에 종이책으로 빚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고는 다시 들추지 않을 만한 이야기라면, 전자책으로 만들어도 된다. 신문종이를 좋은 종이로 안 쓰는 까닭을 생각하면 된다. 아니, 오늘날 신문은 굳이 종이신문으로 안 해도 된다. 하루 아닌 한나절 아닌 반나절 지나도 쓰레기가 되는 정보를 담는 신문이니, 그냥 전자신문으로만 내야 옳지 싶다. 조그마한 나무걸상에 앉아 조그마한 책을 조그마한 손으로 쥔 작은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이야, 우리 집과 도서관에는 너희들이 너희 아이들한테도 물려줄 만한 책을 갖추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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