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6.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이야기책 《삶말》 7호를 내놓았다. 여러 날 걸쳐 하나씩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어 부친다.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른다. 책과 짐을 갖다 놓고, 책꽂이 벽이랑 나무 벽에 사진과 묵은 종이를 못을 박아 붙인다. 문에는 커다란 포스터도 붙인다.


  아이들이 저희끼리 잘 노는 모습을 본다. 낫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풀을 벤다. 풀을 베면서 개망초꽃은 꽃다발 이루듯 왼손으로 그러모은다. 한창 풀 잘 자라는 여름이니 또 풀이 잔뜩 올라오겠지. 샅샅이 베기보다는 아래쪽을 슥슥 베며 큰길 언저리까지 나아간다. 아이들이 풀에 치이지 않으며 걸어서 지나갈 만하게 벤다.


  그림책 펼치고 노는 아이들을 본다. 큰아이한테 “자, 벼리 선물.” 하고는 개망초꽃다발을 내민다. 작은 다발 아닌 큰 다발이니 조금 무겁지. 나는 다시 책을 갈무리하고 이것저것 치우며 붙이는데, 두 아이가 뛰어다니며 논다. 가만히 보니, 큰아이는 동생한테 줄기 꺾인 꽃대 하나만 주었네. 뭐니. 그렇게 큰 꽃다발 가졌으면, 좀 꽃대 튼튼한 녀석 하나 주어도 되잖아.


  아이들이 어머니 예전 사진을 보며 “여기 어머니 있다!” 하고 외친다. “여기 이모도 있네! 여기 삼촌이다!” 하고도 외친다. 너희가 태어나기 앞서인데, 그 사진 보고도 어머니요 이모이며 삼촌인 줄 알겠니?


  양철북 출판사에서 《이오덕 일기》 내놓으며 함께 만든 사진엽서를 한쪽에 붙인다. 지난날 이오덕 선생님 글과 책을 갈무리하면서 이 사진들을 찾아서 스캐너로 긁어 사진파일 만들던 일이 아련하다. 이무렵 내 자전거 꽁무니에 달고 다니던 낡은 천 하나 찾아내어 책꽂이 가로대 한쪽에 붙인다. 꼭 열 해쯤 된 낡은 천인데, “충주에서 왔구만” 하고 글을 적어서 가방이나 깃대에 달고 자전거를 탔다. 자동차 모는 이들이 자전거 잘 알아채어 옆으로 비껴 달리기를 바라며 깃발 하나 마련해서 달고 다녔다. “충주에서 왔구만”이란 충북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이오덕 선생님 글과 책을 갈무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커다란 꽃다발 들고 골마루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달리며 놀던 큰아이가 “아이 더워. 아이 무거워.” 하더니 “이제 내려놓아야겠네.” 하고 말한다. 풀밭에 내려놓으라 이야기한다. 자, 그러면 창문 닫고 우체국으로 가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말> 7호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나무 곁에서 숨 쉬는 글들로 매일 제 아침을
마음밥으로 찬찬히 숨쉬고 채웁니다..^^
커다란 개망초꽃다발이 싱그러이 아주 예쁘군요..ㅎ

숲노래 2013-07-03 18:49   좋아요 0 | URL
개망초 안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예쁘게 보면
다 예쁜 풀과 꽃이 돼요.

모두 우리 마음에 따라 달라져요.

2013-07-1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