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 (도서관일기 2013.6.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나한테도 더는 없는 ‘두꺼운 책’을 얻었다. ‘두꺼운 책’을 얻은 값을 곧 부쳐야 할 텐데, 이달에는 못 부칠 듯하고, 다음달에는 붙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고마운 책 기쁘게 보내 주신 분한테 마땅히 책값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책값 치를 만한 글삯벌이 곧 들어오리라 믿는다.


  양철북 출판사에서 다음주에 《이오덕 일기》 예쁜 판으로 나온다고 연락해 준다. 드디어 나오는구나. 참 오래 걸렸다. 내가 이오덕 선생님 책과 글을 갈무리하던 2006년부터 《이오덕 일기》를 내놓으려고 하다가 어영부영 한 해 두 해 흘렀고, 2011년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다시금 힘을 그러모아 애쓴 끝에 비로소 빛을 본다. 책이 나오기 앞서 만든 가제본은 도서관으로 옮겨놓는다. 다음주에 선보일 고운 옷 입은 《이오덕 일기》 다섯 권은 어떤 모습일까. 그 책들을 받으면, 한 권씩 느낌글을 모두 쓸 생각이다. 느낌글 다섯 꼭지를 다 쓰고 나면, 이 책들도 도서관으로 옮겨놓을 수 있겠지. 책시렁 한 칸 비워야겠다.


  내 ‘두꺼운 책’ 꽂을 책시렁도 비운다. 이 ‘두꺼운 책’은 두께만 두꺼운 책이었을는지, 이야기와 알맹이도 두꺼운 책이었을는지 궁금하다. 새책방에서는 진작에 다 팔리고 출판사에도 남은 책이 없다 했으니, 이럭저럭 이야기와 알맹이 깃든 책이었을까. 2쇄를 찍지 못한 채 새책방 책꽂이에서 사라졌으니, 이번에 얻은 이 책들 아니고는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하거나 빌려줄 수 없다. 이 ‘두꺼운 책’ 2000권은 어떤 2000 사람 손길을 거쳐 어느 자리로 갔을까. 저마다 어떤 마음밥 구실을 하려나.


  도서관 둘레 들딸기를 따서 아이들 먹이려 했더니, 이웃마을 누군가 조그마한 알맹이까지 모조리 훑었다. 뽕나무에 맺힌 오디까지 샅샅이 훑었다. 어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 낮밥으로 들딸기랑 오디를 먹이려 했는데, 이만저만 아이들이 서운해 하지 않는다. 미안하구나.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새밥 지어 차릴게. 오늘은 도서관 일 하지 말고 집으로 가자.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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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6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책. 정말 좋습니다. ^^
어느 사람이 그렇게 욕심 사납게 그렇게 들딸기와 오디까지 싹 다 따갔을까요...
그렇게,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하시던 전우익 선생님의 책 제목이 떠오르는
아침이네요. 벼리와 보라가 서운해하는 마음이 표정에 다 나와 있군요.. 에궁..

숲노래 2013-06-26 09:32   좋아요 0 | URL
아마 장날에 내다 팔 생각이었든지,
술을 담그려고 했겠지요...

분꽃 2013-08-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책방에서 보낸 1년" 이 책을 읽고 제가 종규님을 알게 되었네요.
알라딘에서 이책을 보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두꺼은 책을 썼을까?' 놀랐고,
또 '이 책을 낸 출판사도 참말 대단하다' 하고 두 번 놀랐네요.
종규님을 알게 된 고마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