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이름 찾기

 


  나비이름이 궁금하면 《신유항-한국나비도감》(아카데미서적,1991)을 찾아본다. 나는 이 도감을 1994년에 장만했다. 1994년 2월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3월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인천부터 서울까지 하루 네 시간 즈음 전철로 오갔는데, 전철길에 연 창문으로 나비가 두어 차례 들어왔다가 나간 모습을 본 적 있다. 이때에 ‘그래, 내가 중·고등학교 여섯 해 동안 대입시험에 목을 매다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갇혀 지냈어도 나비는 저희 스스로 알을 낳고 허물을 벗으며 이렇게 예쁘게 살아왔구나.’ 하고 깨닫는다. 요즈음이야 전철 창문을 못 열지만, 1994년만 하더라도 인천과 서울 오가는 국철에는 선풍기조차 없기 일쑤였고(수원과 서울 오가는 국철도 엇비슷했다), 모두들 창문을 열어 더위를 식혔다. 전철길이라고 생태와 자연이 싱그러운 데는 아니지만, 도시에서 전철길은 ‘전철이 다니지 않을 때’에는 들꽃이 피고 지면서 나비와 벌이 꾀는 자리이다. 그러니, 전철이 전철길 지나가면서 나비가 들꽃 꿀과 꽃가루를 먹다가 그만 바람 따라 휩쓸려 ‘열어 둔 전철 창문’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곤 했다.


  기껏 대학생이 되었으나 나비이름 하나 알지 못했다. 나비이름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나비 모양새를 떠올리며 이렇게 저렇게 생긴 나비가 무슨 이름이느냐 하고 여쭌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아차리며 이름 알려주는 어른이나 동무나 선배가 없다. 안 되겠구나 싶어 책방을 찾아갔고, 책방에서 가장 사진 잘 나오고 보기 좋게 엮었다 싶은 《한국나비도감》(아카데미서적)을 골랐으며, 이 나비도감을 여러 해 들고 다니면서 곳곳에서 만나는 나비들 이름을 살폈다.


  2013년 오늘날 나비이름을 나비도감 뒤져서 찾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오늘날에는 손전화로 후다닥 찍어서 곧장 인터넷에 여쭈면, 1분이나 10분이 채 안 걸려 누군가 척척 이름 알려줄 테지. 그래도 나는 나비이름은 으레 나비도감을 펼쳐서 찾는다.


  오늘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전나비 한 마리 개망초꽃에 앉은 모습 본다. 옳거니, 너 부전나비인 줄은 알겠는데 어떤 부전나비일까? 사진으로 여러 장 찍는다. 아이들더러 조용히 기다려 달라 말한다. 아이들은 “나비 있네.” 하고 말한다. 나비 사진 다 찍고 신나게 걸어가는데, 이 부전나비 여럿 더 본다.


  집에 닿아 작은아이 바지 갈아입히고 나비도감 뒤적인다. 아하, 나온다. 오늘 우리 식구 만난 부전나비는 ‘작은주홍부전나비’로구나. 예쁜 나비 한 마리 고운 이름과 함께 마음속으로 담는다.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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