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데이비드 미치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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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60

 


길고양이를 내 몸처럼
―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데이비드 미치 글,추미란 옮김
 샨티 펴냄,2013.6.7./15000원

 


  아이들을 내 몸처럼 여기면 아이를 살가이 마주합니다. 누군가를 내 몸처럼 아낀다면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보냅니다. 꽃 한 송이를 내 몸과 같다 느끼면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예뻐 하지요.

  사랑스레 바라보면서 사랑이 피어납니다. 짓궂게 바라보면 거친 말이 튀어나옵니다. 사랑스레 마주하면서 사랑을 속삭입니다. 짓궂게 마주하면 슬픈 모습이 잇닿습니다.


.. “교수님도 아시다시피 이 길고양이와 교수님은 아주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지요.” “그런가요?” 교수는 냉랭하게 대답했다. “교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수님의 목숨이겠죠?” 달라이 라마가 이어 말했다. “이 고양이한테도 그렇죠.” … “이 세상에서 우리 밖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통제하는 일은 배울 수 있으니까요.” ..  (16, 176쪽)


  온누리 어느 곳에서나 사랑이 숨쉴 수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이 숨쉰다면, 온누리 어느 곳에서나 고운 사랑이 넘실거립니다. 지구별 골골샅샅 미움과 다툼이 판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미움과 다툼이 스멀스멀 기어든다면, 지구별 골골샅샅 괴로운 미움과 고달픈 다툼이 자꾸자꾸 불거집니다.


  온누리 어느 곳에서나 꿈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 가슴속에 꿈씨 하나 깃들어 푸른 빛으로 환하게 자란다면, 어디에서나 꿈이 피어나요. 지구별 골골샅샅 눈물과 생채기로 얼룩질 수 있습니다. 내 가슴속에 착한 빛 아닌 얄궂은 빛이나 어두운 빛 스미면, 나와 이웃 모두 눈물과 생채기로 힘겨운 나날 보냅니다.


  저마다 품는 마음에 따라 저마다 삶이 다릅니다. 남들 때문에 달라지는 삶은 없습니다. 언제나 나 때문에 달라지는 삶입니다. 내가 내게 있는 힘을 보태어 함께 애썼기에 뜻을 이루고, 내가 내게 있는 힘을 안 보탰기에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내가 아름다운 길 걸었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온누리에 드리웁니다. 내가 아름다운 길 안 걷는데 온누리에 아름다운 이야기 드리우지 못해요.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스러운 말이 온누리를 따사로이 보듬습니다. 내 눈에서 퍼지는 사랑스러운 빛이 온누리를 밝게 비춥니다. 내 손으로 흘리는 촉촉한 땀이 온누리를 기름지게 일굽니다. 내 몸에서 자라는 씩씩한 씨앗 한 톨이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입니다.


.. “불교의 목적은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구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 언덕 위쪽의 스님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음식을 그렇게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면, 카페 프랭크에서 그처럼 맛있는 요리를 먹는 손님들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황홀경에 빠져야 하는 것 아닐까 … “무엇보다도” 달라이 라마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를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라마처럼 모셔야 한다.” “하지만 저희가 제일 좋아하는 라마는 성하님입니다!” 어린 쪽인 사시가 손을 가슴에 모으며 성급하게 외쳤다. “그렇다면” 달라이 라마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모시듯 이 아이를 모셔야 한다.” ..  (52, 67, 191쪽)


  들꽃을 바라봅니다. 들풀을 바라봅니다. 들에서 피니 들꽃이요, 들에서 자라니 들풀입니다. 이들과 함께 들에서 살아가면 들벌레·들나무·들새·들고양이·들짐승·들사람이라 할 테지요.

  그런데, 온누리 모든 꽃과 풀과 벌레와 나무와 새와 고양이와 짐승은 모두 들에서 살았어요. 들 아닌 데에서 안 살았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요. 사람도 들에서 살던 사람입니다. 들 아닌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손으로 전쟁무기를 만들면서 권력이 생깁니다. 권력이 생기며 들을 밀어 도시를 세웁니다. 도시를 세우면서 종교를 따로 만듭니다. 종교를 따로 만들면서 학교를 짓습니다. 학교를 따로 지으면서 아이들을 길들입니다. 아이들을 길들이면서 새로운 말·꿈·사랑·이야기가 피어나지 않습니다.


  전쟁무기가 지키는 권력으로 지은 도시에서 종교를 누리면서 학교에서 지식을 길들이니 과학이 태어나고 문명이 자라며 기계가 샘솟습니다. 그리고, 공해와 매연과 부정과 부패가 찾아듭니다. 사람들은 전쟁무기를 만들면서 땅을 어지럽힙니다. 사람들은 도시를 지으면서 바람을 더럽힙니다. 사람들은 종교와 학교를 세우면서 물을 망가뜨리고 숲을 깎아냅니다.


  전쟁무기에서 비롯한 권력과 도시와 종교와 학교는 맨 마지막으로는 ‘들에서 곡식이나 열매를 거두지 않고도 영양성분 채우는 밥’을 만들려 하겠지요. 해와 바람과 비와 흙과 풀이 없어도 화학조합으로 영양성분 만들어 사람들이 ‘안 굶주리’도록 과학문명 사회 세우려 하겠지요.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해를 안 보고 자란 능금이나 배는, 해를 보고 자란 능금이나 배와 같은 맛을 내면서 즐거움을 베풀까요. 맑은 바람 아닌 인공시설에서 자란 시금치와 상추와 배추와 무는 비바람 맞으며 자란 시금치와 상추와 배추와 무와 같은 냄새를 내면서 기쁨을 나누어 줄까요.


.. “제가 알고 있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은 돈이 거의 없습니다.” … 질투와 분개는 아주 힘든 감정이라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 나를 위해서라도 불행하고 불합리한 감정에 소모될 이유는 없다 … “생명을 가진 존재의 살을 먹는 걸 자비심을 가지고 완전히 끊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단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지.” ..  (87, 95, 195쪽)


  오늘날 도시사람은 흙땅에서 벌레와 지렁이 쪼아먹으면서 숲바람 마시는 닭을 잡은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오늘날 도시사람은 누구나 0.1평조차 안 되고 스물네 시간 형광등 불빛 밝히는 좁디좁은 쇠그물감옥에서 항생제로 만든 사료만 먹고 한 달조차 안 되는 사이에 살집만 디룩디룩 불린 ‘생체실험기구’와 같은 닭을 공장에서 기계로 뭇칼질한 고기를 먹습니다. 돼지도 소도 이와 같습니다.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목숨이지만, 목숨을 목숨답게 섬기거나 다루거나 모시거나 여기지 않으면서 끼니 채우는 톱니바퀴처럼 몸속에 집어넣을 뿐입니다.


  쌀 한 톨이 우주인 까닭은, 쌀 한 톨에 우주가 깃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인 까닭은, 모든 사람 가슴에 하느님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풀 한 포기도 우주이며, 물 한 방울도 우주입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도 하느님이고, 들강아지 한 마리도 하느님입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내 몸과 같이 여겨 섬긴다면, 나는 내 몸을 그야말로 하느님이라고 여기며 섬기는 셈입니다. 들강아지 또는 조그마한 땅강아지 한 마리를 하느님으로 모시며 아낀다면, 나는 내 동무와 이웃 모두를 하느님으로 모시며 아끼는 셈입니다.


  언제나 비손하는 마음이에요. 길을 걸을 적에는 내가 밟는 땅에서 작은 벌레 다치거나 죽지 않기를 비손하지요. 뜻하지 않게 어떤 목숨을 다치게 했으면 고개를 숙이면서 부디 좋은 삶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종교 때문에 비손을 하지 않아요. 삶이 반갑고 즐거우니 비손을 해요. 아름다운 하늘빛 바라보며 ‘아름답네’ 하는 말이 터져나오는 까닭은, 하늘빛을 예술이나 문화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빛이 샘솟기에 이런 말이 터져나와요.


.. “여기 딱 이 길밖에 없으니 모든 사람이 그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 방식이란 그저 어쩌다 그들이 생각하게 된 방식인데 말이야. 진실로 모든 것이 개인적인 선택이란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자비심을 갖고 지혜롭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지.” … “다르마에 죄책감은 필요없단다. 죄책감은 쓸모가 없어. 이제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에 대해 마음 아파할 필요는 없어.” ..  (197, 202쪽)


  데이비드 미치 님이 쓴 이야기책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샨티,2013)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미치 님은 ‘달라이 라마와 살아가는 고양이’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펼칩니다. 데이비드 미치 님은 이 책에서 ‘고양이와 한마음’이 되었구나 싶은데, 더 깊이 살피면, 길고양이 한 마리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라이 라마 님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달라이 라마 님뿐 아니라 부처님과 예수님하고 한마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전쟁미치광이라 일컫는 미국 아무개 대통령하고도 한마음 될 수 있어요.


  이 나라 조그마한 숲과 멧골과 냇물을 사랑스레 돌보고 싶은 지율 스님하고 한마음 될 수 있어요. 돈에 눈이 먼 사람들한테 사로잡혀 애꿎은 재롱놀이 부려야 하는 돌고래와 한마음 될 수 있어요. 나뭇가지 모두 잘린 채 나무젓가락처럼 덩그러니 서야 하는 소나무와 한마음 될 수 있어요. 죽음을 앞둔 돼지와 한마음 될 수 있고, 술 마시고 자가용 몰아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이들과 한마음 될 수 있어요.


.. 참 흥미롭다. 일단 다른 방식으로 해 보기로 결심을 하고 나면 종종 세상이 그런 나를 돕기 시작한다 … 라마가 말했듯이 그렇게 늘 약한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 나약해지는 것 외에 무슨 대단한 결과가 나오겠는가 … 달라이 라마는 주저하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중요한 수행은 보리심(bodhichitt) 수행입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똑같이 깨달음의 상태로 이끌기 위해 깨닫겠다고 바라는 마음이죠?” 왕비가 확인해 주었다 ..  (220, 246, 260쪽)


  나는 어떤 목숨과 한마음 되고 싶을까요. 나는 어떤 숨결과 한마음 되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싶을까요. 나는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이웃하고 한마음 되어 온누리를 어떤 손길로 보듬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을까요.


  내 생각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집니다. 내가 생각할 때에 내 삶이 달라집니다.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 삶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기쁘게 생각해야 삶이 기뻐요. 내가 아름답게 생각해야 삶이 아름답지요.


  반가운 사람을 사랑하고 싶으면, 어느 때에 반가운 사람이 나한테 찾아들어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넉넉한 삶을 호젓하게 누리고 싶으면, 어느 때에 넉넉한 삶을 일구며 호젓한 하루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마음이 움직일 때에 몸이 움직여요. 몸이 움직이면서 마을이 움직여요. 마을이 움직이면서 지구별이 움직이고, 지구별이 움직이면서 우주가 움직이지요. 맨 먼저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마을도 지구별도 우주도 움직일 수 없어요. 내 몸 또한 작디작은 세포들 모두 한마음 되어 움직여야 비로소 내 몸이 움직인다고 할 수 있어요. 실핏줄 하나 끊어져도 내 몸이 무너지고, 발톱 한쪽이 끊어져도 걷지 못해요. 작은 것이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작은 것입니다. 작은 사랑이 큰 사랑이고, 큰 사랑이 작은 사랑이에요.


.. 히말라야 산맥 뒤에 위치한 고립된 외지라서 외부의 침공이 거의 없었던 부탄 왕국은 1960년대까지 화폐도 전화도 없었다. 텔레비전도 1999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부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물질적인 편안함보다 내면의 풍성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  (253쪽)


  1999년에 텔레비전을 처음 들였다고 하는 부탄이라고 하는 나라는, 텔레비전을 들였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삶터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리라 느낍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어떠한가요. 텔레비전 집집마다 있는 한국은 어떠한가요. 무척 어린 아이들까지도 손전화 쥐고 돌아다니는 한국은 어떤 삶터인가요.


  데이비드 미치 님은 달라이 라마 님 마음이 되면서, 또 길고양이와 한마음 되어 책 하나 써내요. 우리 곁에 있는 이웃들은, 아니 이웃들에 앞서 바로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이 되어 살아가는가요. 우리들은 이웃 마음을 제대로 읽을까요. 아니, 우리들은 이웃 마음에 앞서 내 마음부터 제대로 읽는 삶일까요.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을 밝히는 책읽기,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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