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x츠바사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48

 


예쁜 이름 부르며 사랑을 속삭인다
― 유키×츠바사
 타카하시 신 글·그림,편집부 번역
 대원씨아이 펴냄,2012.10.30./5000원

 


  아이들이 서로서로 ‘야!’ 하고 부르곤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말투를 어디에서 들었을까요. 바로 어른들이 서로서로 ‘야!’ 하고 부르는 한편,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야!’ 하고 부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투를 너무 자주 언제나 들으면서 익숙합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아무개야!’ 하고 살가이 부르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야!’ 하고 함부로 부르는 한편, 저희보다 한 살이라도 어리면 또 ‘야!’ 하고 막 부릅니다.


  어른들은 또 아이들한테 함부로 말을 놓습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도 나이에 따라 말을 아무렇게나 놓습니다. 어른들은 거친 말이나 깎아내리는 말도 너무 쉽게 씁니다. 아이들은 둘레 어른들이 쓰는 거친 말과 깎아내리는 말을 언제나 듣습니다. 이러면서 어른들 얄궂은 말씨가 아이들한테 스며듭니다.


- ‘만약에 정말로 초능력이란 게 있다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 하나의 사람이라도 지킬 수 있을까?’ (5쪽)
- ‘아마도 말을 못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하지만 분명히 목소리가 들렸어.’ (15쪽)

 


  꽃을 바라보며 ‘야!’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겠지요. 나무한테, 풀한테, 새한테, 벌레한테, 들짐승한테, 그저 툭툭 내뱉듯이 ‘야!’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남을 함부로 부르는 사람은 이녁 이름 또한 함부로 다뤄요. 이녁한테 살가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다가오는 사람이 아예 없을는지 몰라요.


  어버이가 지어서 물려준 이름을 잊고, 이녁 스스로 이름을 짓지 못합니다. 나한테 내 이름이 아름답듯, 남들한테는 남들 이름이 아름다운 줄 느끼지 못합니다. 지구별한테 ‘지구’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숲을 ‘숲’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지 못합니다. 바다를 앞에 두고도, 하늘을 늘 위에 두고도, 땅을 언제나 밑에 두면서도, 바다도 하늘도 땅도 느끼지 못하고, ‘바다·하늘·땅’이라는 이름을 부를 줄 몰라요.


- ‘밟히거나 차이는 건 아파서 싫지만, 왕따 자체는, 그다지 싫지 않다.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자신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인간이란 걸 깨닫게 해 주니까. 초능력자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104쪽)
- ‘아아, 역시 말을 못 하는 선배의 목소리가, 내 귀엔 들려.’‘너, 약하구나?’ (117∼118쪽)

 


  예쁜 이름을 예쁘게 부르며 서로 예쁜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예쁜 이름을 안 부르고 아무 말이나 함부로 거칠게 내뱉으면, 스스로 거친 사람이 되는 한편, 이녁 둘레 사람들한테까지 거친 기운 퍼뜨립니다. 고운 이름을 곱게 부르며 저마다 고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고운 기운 스며들면서 착한 넋 북돋우고, 참다운 얼 살찌워요. 고운 이름을 안 부르고 엉터리 말이나 바보스러운 말을 짓궂게 쏘아붙이면, 스스로 얄궂은 사람이 되는 한편, 이녁 둘레 사람들한테까지 얄궂은 기운 퍼뜨리지요.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요. 어떤 마음 되어 어떤 삶 일굴 때에 즐거울까요.


  즐거움을 생각하며 살아갈 하루입니다. 즐거움을 꿈꾸며 누릴 하루입니다. 나부터 즐거움을 느끼고, 내 이웃과 동무 모두 즐거움 누리는 길을 생각합니다. 내가 느끼는 즐거움처럼 내 이웃과 동무 누구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줄 생각합니다.


  즐거움이 있을 때에 웃어요. 즐겁게 웃을 때에 노래가 터져나와요. 즐겁게 웃으며 노래가 터져나올 때에 사랑이 샘솟아요. 즐겁게 웃으며 노래가 터져나와 사랑을 속삭일 때에 살그마니 꿈 한 자락 펼쳐요.


  삶은 사랑스러울 때에 빛납니다. 삶은 즐거울 때에 아름답습니다. 삶은 기쁘게 웃을 때에 환합니다. 어버이가 아이 이름을 지을 적에는 사랑스러운 삶과 즐거운 삶과 기쁘게 웃는 삶을 헤아려요. 우리 아이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사랑과 즐거움과 웃음을 한껏 누리면서 이웃이랑 동무하고 나누기를 빌어요.


- ‘난 이 초능력으로 누군가, 남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 부디 힘을 빌려줘. 유키.’‘선배는, 때때로 이렇게 낯부끄러운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158쪽)
- ‘벽이 가로막고 있어도, 선배의 목소리는 들리는구나.’ (190쪽)
- ‘내 목소리, 누군가에게 닿지 않으려나? 목소리를 잃어버렸지만, 더럽혀지고 너덜너덜해져 외톨이가 된 내 울음소리에 그날, 츠바사가 알아차려 준 것처럼, 츠바사, 모쪼록 나의 이 작은 힘과 함께해 줘.’ (200∼201쪽)

 


  타카하시 신 님 만화책 《유키×츠바사》(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유키×츠바사》에 나오는 ‘츠바사’라는 아이는 무척 맑고 아름다운 이름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았지만, 스스로는 맑지도 못하고 아름답지도 못한 하루를 누립니다. 학교에서 동무들이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두들겨패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츠바사한테 어릴 적부터 주어진 초능력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면서 스스로 ‘값어치가 없는 목숨’이라고 되뇝니다.


  츠바사가 문득 마주친 선배 ‘유키’라는 아이도 매우 밝고 고운 이름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았으나, 유키 또한 스스로 밝지도 못하고 곱지도 못한 삶에서 허덕입니다. 즐겁고 착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유키를 둘러싼 사회와 터전과 학교와 사람들은 모진 바보짓을 일삼을 뿐입니다.


- ‘츠바사? 누구? 호오, 좋겠다. 예쁜 이름.’ (159쪽)

 


  들꽃은 들꽃입니다. 학자들이 들꽃한테 붙이는 이름이 있고, 먼먼 옛날부터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가 들꽃한테 붙인 이름이 있습니다. 학자가 붙인 들꽃 이름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습니다. 시골 할매와 할배가 붙인 들꽃 이름을 알아도 즐겁고 몰라도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들꽃 한 송이 이름을 모르면, 오늘 내가 새로 곱게 붙이면 돼요.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할 적에도 이와 같아요. 내가 스스로 나무한테 가장 걸맞으면서 아름답겠다 싶은 이름을 생각해서 붙이면 됩니다.


  곰곰이 돌아보고 찬찬히 짚어 보셔요. 꽃과 풀과 나무한테 붙은 모든 이름은 ‘시골에서 살던 어느 누구인가 마음 깊이 사랑스러운 생각을 되새겨서 붙인 가장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이러한 이름은 먼먼 옛날 사람들만 붙일 수 있지 않아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얼마든지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생각해 내어 붙일 수 있지요.


  사랑이란 무엇이겠어요. 서로를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길로 서로한테 가장 아름다울 이름을 불러 주는 두 사람이 빚는 고운 꿈날개입니다. 푸른 숨결로 고등학교를 다니는 츠바사와 유키는 마음 깊이 사랑을 길어올리는 첫걸음 내딛습니다.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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