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법
고미 타로 지음, 강방화 옮김 / 한림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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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6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 똑똑하게 사는 법
 고미 타로 글·그림,강방화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2009.3.30./12000원

 


  그림책을 읽는 재미란 무엇일까요? 나는 꼭 하나라고 느낍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사랑을 얻는다’, 이런 마음이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는 재미를 누립니다.


  고미 타로 님이 빚은 그림책 《똑똑하게 사는 법》(한림출판사,2009)을 읽으면, 바로 이 같은 ‘그림책 읽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이름은 “똑똑하게 사는 법”이라 나오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똑똑하게 사는 법”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가장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길”을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제대로 된 잠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와요. 꼭 밤에만 오는 것도 아니랍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모든 잠은 지켜져야 합니다. 제대로 된 잠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선생님도, 반장도, 부모님도, 절대 막아서는 안 돼요 ..  (8쪽)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하루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 성적을 견주면서 내 시험점수를 높이려고 애쓸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 자가용이나 아파트나 은행계좌를 자꾸 들여다보면서 내 껍데기를 치레하려고 용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면 돼요. 나는 내 하루를 즐기면 돼요. 나는 내 노래를 부르면 되고, 나는 내 춤을 추면 되지요.


  모든 사람이 힙합을 하거나 디스코를 해야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책을 읽거나, 똑같은 교과서를 배우거나, 똑같은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아요.


  대통령 이름이나 국회의원 이름은 몰라도 됩니다. 시장이나 군수나 구청장이나 면장 이름 모르면 어때요. 대수롭지 않아요. 나무와 풀과 꽃과 새와 벌레와 짐승 이름을 살포시 부르면서 사랑을 나누면 즐겁습니다. 골짜기에 이름을 붙여 줍니다. 멧자락에 이름을 붙여 주지요. 냇물 한 줄기에 이름을 붙이고, 구름 한 조각한테 이름을 붙여요. 우리 깜냥껏 이름을 붙여요.


  시골집 처마에 깃드는 제비한테도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우리 집 앞논에서 노래하는 개구리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름이란, 서로 즐겁게 어우러지는 삶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부르는 씨앗과 같습니다. 이름이란 사랑씨앗입니다. 씨앗을 돌보고 보살피며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게 하듯, 사랑스레 부르는 이름은 서로를 사랑스레 북돋웁니다.


.. 어디서 오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노래는 날아옵니다. 그리고 사람 안으로 쏙 들어옵니다. 들어와서는 당장 나나고 싶어 해요. 노래란 원래 그렇거든요. 그리고 무작정 입으로 나옵니다. 그게 바로 노래입니다 ..  (24쪽)

 

 


  그림책을 읽는 아이와 어른 모두 생각힘(창조력)을 기를 때에 아름답습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얻으려고 그림책을 읽는다면 따분합니다. 그림책을 펴는 어른과 아이는 누구나 사랑을 떠올리고 꿈을 그릴 때에 아름답습니다. 지식계발이나 생태자연을 가르치는 그림책이라면 골이 아파요.


  세밀화로 담은 그림책이든 숲과 들과 바다를 담는 그림책이든, ‘자연 묘사’를 빈틈없이 해야 멋스럽지 않습니다. 세밀화를 그리는 까닭도 즐거움 때문이에요. 우리 곁 살가운 이웃인 벌레와 풀과 나무와 짐승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서로 사랑으로 어깨동무하고픈 마음이라서 세밀화를 그려요. 생태자연 담는 그림책도 이와 같지요. 생태 문제 때문에, 환경 문제 때문에, 막개발 때문에, 공해 때문에, 이런저런 까닭 들며 읽는 생태자연 그림책이 아니에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고 밝히고 싶은 마음으로 생태자연 그림책을 읽습니다.


  삶을 느끼며 그림을 바라봅니다. 삶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삶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삶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 재미없는 책을 계속 읽지 마세요. 책은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억지로라도 힘겹게 읽을 만한 책은 평생 동안 150권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  (25쪽)

 

 


  고미 타로 님은 온삶 걸쳐 애써 읽을 책은 150권 즈음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이 책들 가운데 《똑똑하게 사는 법》도 들 수 있을까요. 아마, 들 수 있고, 안 들 수 있겠지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그림책 《똑똑하게 사는 법》은 즐겁게 읽으면 될 책입니다. 애써 첫 쪽부터 끝 쪽까지 바지런히 읽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읽으며 재미있으면 끝까지 읽습니다. 읽다가 과자나 밥을 먹느라 덮습니다. 읽다가 더 재미난 놀이를 찾아 뛰쳐나갑니다. 읽다가 졸려 잘 수 있어요. 사 놓기는 사 놓았지만 몇 해 지나서 겨우 처음으로 들출 수 있겠지요.


  한 번 읽어도 좋고, 열 번이나 백 번 읽어도 좋습니다.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 읽는 사람 마음에서 사랑스러운 생각 샘솟는다면 백 번이나 천 번 읽어도 좋아요. 아무런 사랑도 생각도 솟아나지 않으면 굳이 안 읽어도 되어요.


  톨스토이를 읽거나 박경리를 읽는대서 모든 사람이 기쁜 사랑이나 꿈이 샘솟으리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뭔 소리인 줄 못 알아들을는지 모르고, 어떤 사람은 잘못 읽을는지 모르지요. 나이가 한참 들어서야 깨닫는 사람이 있고, 무척 어린 나이에 맑은 넋으로 환하게 깨우칠 사람이 있어요.


.. 비 오는 날 밖을 걸을 때는 ‘조금 비를 맞아야 제 맛’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니까 우산은 이 정도가 좋습니다 ..  (39쪽)

 

 


  그림책 《똑똑하게 사는 법》은 맨 마지막을 “눈사람은, 조용히 녹아, 사르르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워요(50쪽).” 하고 말하면서 끝맺습니다. 겨울 눈사람이 사르르 녹아 물처럼 사라지는 자리에 푸른 새싹이 조그맣게 돋습니다. 그림에 나오듯이 그림책은 사르르 녹으면서 끝맺습니다. 그리고, 푸른 새싹 앙증맞게 돋으면서 이 그림책 읽은 사람들 마음마다 푸른 새싹 같은 생각씨앗 자라고 사랑노래 퍼질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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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7 22:08   좋아요 0 | URL
처음에 '똑똑하게 사는 법'이란 제목에 깜짝 놀랐어요.
아마..그 느낌도 제 깜냥의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어요. ^^;;

제게도 그림책은 아마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고, 그래서 즐거워서 읽는 듯 합니다. ^^
좋은 책 이야기, 좋은 글..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숲노래 2013-06-17 22:31   좋아요 0 | URL
고미 타로 님 그림책은
모두 '비유와 은유' 덩어리예요.

책이름에 나오는 '똑똑하게'란
'남한테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을 찾고 살펴서'라는 뜻이랍니다.

고미 타로 님이 빚은 그림책 가운데
이 그림책이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저는 이 그림책을 되게 예전에 보았어요.
일본판은 1993년에 첫판 나왔는데,
아직 한국에 번역이 안 된 1999년인가 2000년에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일본글로 된 그림책으로 이 책을 보며
'고미 타로'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고,
이분이 품은 상상력이란
아주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나중에 고미 타로 님 '그림세계' 이야기는
다른 글에 더 덧붙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