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

 


  다 읽은 시집을 새로 들추어 읽는다. 다 읽고 집에 있는 시집인데, 책방마실을 하다가 다시 만나면서 새롭게 장만한다. 책방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삼스레 또 읽는다.

  아름다운 글을 읽을 때에는 두 번 되읽거나 스무 번 되읽거나 늘 ‘처음 읽는다’는 느낌이다. 사랑스러운 책을 만날 때에는 두 권 되사거나 스무 번 되사더라도 언제나 ‘처음 산다’는 느낌이다.


  시인 김수영 님이 쓴 글자락 그러모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열음사)를 되사면서 되읽다가 생각한다. 시인 김수영 님은 “제 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없는가? 나는 이 제목을, ‘제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는가’로 바꾸어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하고 말한다. 제 마음 똑바로 갖추려면 제 시를 똑바로 쓸 테고, 제 시를 똑바로 쓴다면, 제 삶을 똑바로 살면서, 제 사랑을 똑바로 할 테며, 제 꿈을 똑바로 이룰 테지.


  꿈을 이루는 사람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는 사람이 삶을 일군다. 삶을 일구는 사람이 시를 쓰며, 시를 쓰는 사람이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마음을 품는다.


  사랑받는 시인이 된다고 할 때에는 사랑할 만한 삶을 찾아 사랑스럽게 하루를 누린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마음을 슬기롭게 갈고닦으면서 사랑 한 자락 빛낸다면, 누구나 사랑받는 시인이 되리라 느낀다. 곧, 마음을 슬기롭게 갈고닦지 않거나 사랑 한 자락 안 빛낸다면, 이름은 널리 알려지고 시집은 꽤 팔리더라도 사랑받는 시인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문학강의를 한대서 훌륭한 시인이 아니다. 문학상을 받기에 대단한 시인이 아니다. 훌륭한 시인은 훌륭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단한 시인은 대단한 꿈을 맑고 밝은 마음으로 이루면서 나비춤 추는 사람이다. 그런데, 훌륭함은 무엇이고 대단함은 어디에 있을까. 훌륭함은 아이들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길이요, 대단함은 뙤약볕 받으며 시원스레 그늘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이다.


  풀을 보고 꽃을 보며 아이들을 본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며 햇살을 본다. 시인 김수영 님이 죽고 난 뒤 이 나라에서 어떤 시인을 떠올리면서 마음밭에 사랑씨앗 뿌릴 만한지 궁금하다.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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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6 21:58   좋아요 0 | URL
저는 <시인이여 침을 뱉어라>만 읽었었고 ,<시인이여 기침을 하라>는 못 읽어봤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다 한 말씀의 맥락이겠지요.
삶을 일구는 사람이 시를 쓰며, 시를 쓰는 사람이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마음을 품는다.-

저도 시란, 그럴듯한 언어로 달짝지근하고 얼핏 보면 이쁜 듯한..그런 이미테이션의 정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모든 삶의 결을 살피고, 느끼며, 성찰하고 그 삶의 고된 행군을..사랑을 일구는 빛으로 치환하여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다 좋은 삶, 아름다운 삶으로 함께 손잡고 가는..나무를 심는 사람,의 씨앗이라 생각하는 밤이네요.
^^


숲노래 2013-06-16 22:56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낸 책 판짜임과 차례가 조금 달라
책이름만 다를 뿐이지 싶어요.
어느 책을 읽거나 만나든
아름다운 마음을 살피면서
좋은 삶밥 받아들이면
우리 스스로 오늘 하루
기쁘게 누리면서 빛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