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에 끄적여 두었던 글입니다. 어제 <이오덕일기> 나온 소식을 듣고 새삼스레 옛생각이 뭉클 떠올랐어요.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이오덕 선생님 원고 갈무리하던 나날을 가만히 되새겨 봅니다. '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2006년부터 세 해 지난 2009년에 드디어 <생각하는 글쓰기>라고 이름 붙인 '내 우리 말 이야기책'을 내놓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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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

 


  “죽은 이오덕은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해야 한다. 먼저 살린다.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이 온삶을 거쳐서 마음속에 담아내고 살아온 고운 뜻을 사람들이 꾸밈없이 제대로 알고 나누며 즐길 수 있도록 펼쳐내고 풀어내야 한다. 다음으로 죽인다.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담아내어 펼친 일은 우리한테 ‘이오덕 님 당신하고 똑같이 그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 나름대로 ‘이오덕이라고 하는 사람한테서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고 꾸밈없이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내 나름대로 너른 생각 받아들여서 알맞게 키우고 알뜰히 곰삭혀서 거듭나도록 하라는 뜻이다.”


  아침에 똥을 누고 머리를 감고(여러 날 만에) 빨래를 하고 물을 마시고 밥먹을 준비를 하면서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을 적어 봅니다. 제가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이오덕 선생님 원고만 갈무리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리고 선생님 원고만 갈무리하며 지내지도 않지요. 또한 이오덕 선생님 아드님이 저한테 바라는 것도 ‘당신 아버지 삶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도록 하는 일’만이 아닌 줄 차근차근 깨닫고 느낍니다. 저는 이오덕 선생님이 지닌 모든 것을 빨아먹어야 하고, 남김없이 빨아먹은 뒤 제 깜냥, 제 가락, 제 멋에 맞추어서 풀어내고 펼쳐내어야 합니다. 흉내내기는 아닙니다. 흉내내기는 안 됩니다. 최종규라고 하는 사람 나름대로 내 길을 가야지요. 그래서 둘은 따로 선 자리에서 따로따로 있되, 서로서로 얼과 넋으로 살리면서 이어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한 가지 다짐합니다. 올해가 되든 다음해가 되든, 내 이름 붙인 ‘최종규 우리 말 이야기책’ 하나 제대로 마무리지어서 내놓아야겠다고. 그리고 이 ‘최종규 우리 말 이야기책’은 첫 권이 나온 뒤부터 해마다 한 권씩 갈무리해서 내놓아야겠다고. 그러면서 나중에는 ‘이오덕 우리 말 바로쓰기 사전’을 마무리지어야지요. 이오덕 선생님이 당신 책을 내놓을 때마다 늘 ‘권정생 선생님한테 바치는 마음’이었다고 밝히셨듯, 나도 ‘권정생 할아버지’ 같은 이 나라 수수한 할배와 할매, 또 이 나라 착한 아이들한테 바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4339.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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