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17) 눈물의 2 : 눈물의 아우성이요
진짜는, 터지는 억장으로 토해 내는 한 맺힌 절규요. 눈물의 아우성이요
《김수정-아기공룡 둘리 (7)》(예원,1990) 7쪽
‘토(吐)해’는 ‘뱉어’나 ‘쏟아’로 다듬습니다. ‘한(恨)’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응어리’나 ‘아픔’으로 손보면 한결 낫고, ‘절규(絶叫)’는 ‘울부짖음’이나 ‘부르짖음’으로 손봅니다. 가만히 따지면, ‘진(眞)짜는’도 그대로 둘 만한 한편, ‘참말은’으로 손볼 수 있어요. “터지는 억장(億丈)”도 “터지는 가슴”으로 손볼 만합니다. 한자말 ‘억장’은 “썩 높은 것”을 뜻한다고 해요. 관용구처럼 “억장이 무너진다”처럼 쓰는데, “가슴이 무너진다”나 “마음이 무너진다”고 쓸 수 있어요.
눈물의 아우성이요
→ 눈물겨운 아우성이요
→ 눈물나는 아우성이요
→ 눈물지는 아우성이요
→ 눈물어린 아우성이요
…
슬프거나 가슴 벅찬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눈물을 왈칵 쏟아낼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들은 “눈물바다를 이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눈물바다’가 아닌 ‘눈물의 바다’처럼 말하는 분이 드물게 있습니다.
사람들 아픔을 먹고 자란다고 하면서 ‘눈물꽃’이나 ‘눈물나무’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때에도 ‘눈물꽃-눈물나무’처럼 알맞게 적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사이에 토씨 ‘-의’를 넣어서 ‘눈물의 꽃-눈물의 나무’처럼 적으려고 하는 분이 꼭 있습니다.
눈물바다 / 웃음바다 (o)
눈물의 바다 / 웃음의 바다 (x)
웃음이나 눈물을 학문으로 파고드는 분들은 으레 “눈물의 미학”이나 “웃음의 해학”이니 하고 읊조립니다. “아름다운 눈물”이나 “익살스러운 웃음”처럼 읊조리는 일은 없습니다. 아름다움을 말하는 학문이면서도 ‘아름다움’이 아닌 ‘美學’이라 말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만, 우리 삶을 꾸밈없이 담아내거나 드러내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퍽 어렵습니다.
학문과 삶은 따로따로인지, 학문은 삶에 터잡지 않아도 되는지, 학문은 삶하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삶이 없이 어떤 문화나 역사나 예술이 있을까 싶습니다. 삶에 뿌리내리는 말을 하지 않고 무슨 생각을 나눌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눈물의 외침입니다 (x)
눈물로 외칩니다 (o)
어쩌면, 뿌리 잃고 떠도는 모습이 우리 삶일까요. 뿌리 없이 맴도는 모습이 우리 삶인가요. 뿌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우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수 있다고 여기는 우리 삶인지요. 4341.8.10.해./4346.6.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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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은, 터지는 가슴으로 뱉어내는 응어리 진 울부짖음이요. 눈물나는 아우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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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79) 눈물의 4 : 눈물의 밥
피곤에 전 방석모와 방패 / 한쪽으로 치워놓고 / 우리들의 형제 우리들의 친구들이 / 빗속에서 눈물의 밥을 먹는다
곽재구 《서울 세노야》(문학과지성사,1990) 32쪽
‘피곤(疲困)’ 같은 낱말은 스스로 쓰고 싶을 때에 씁니다. 이런 낱말 안 쓰고 싶다면, “피곤에 전”은 “고단한”으로 손봅니다. “우리들의 형제 우리들의 친구”는 “우리들 형제 우리들 친구”나 “우리 형제 우리 동무”로 손질합니다.
눈물의 밥을
→ 눈물밥을
→ 눈물어린 밥을
→ 눈물 나는 밥을
→ 눈물 흘리며 밥을
→ 눈물 뚝뚝 밥을
…
말로 빚는 예술을 가리켜 시라고 합니다. 한국말로 빚는 한국예술이란 한국문학이 되겠지요. 국어사전을 살피면 ‘눈물밥’도 ‘웃음밥’도 없어요. 그러나, 말로 빚는 예술인 시인 만큼, 시를 쓰는 우리들은 ‘눈물밥’이나 ‘웃음밥’ 같은 낱말 즐겁고 아름답게 빚을 수 있습니다.
‘사랑밥’이나 ‘꿈밥’ 같은 낱말 빚을 수 있어요. ‘이야기밥’이나 ‘노래밥’ 같은 낱말 일굴 수 있어요. 아름다운 생각 길어올리면서 새말 빚어요. 생각이 밥이 되어 ‘생각밥’ 되고, 마음을 살찌우기에 ‘마음밥’ 되지요. 들에서는 나락이 익어 몸을 살찌우는 밥 되고, 시를 쓰는 우리들은 마음을 살찌우는 글밥 짓습니다. 4346.6.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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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방석모와 방패 / 한쪽으로 치워놓고 / 우리들 형제 우리들 친구들이 / 빗속에서 눈물밥을 먹는다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