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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자전거를 말하다
김병만.최제남 지음 / 바이클로지 / 2011년 6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135
즐겁게 자전거 탑니다
―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
김병만·최제남 지음
바이클로지 펴냄,2011.6.5./15900원
자전거로 달리는 즐거움을 누린 사람은 자전거를 즐겁게 탑니다. 자전거로 달리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사람은 자전거를 좀처럼 타지 못합니다.
두 다리로 걷는 기쁨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두 다리로 기쁘게 걷습니다. 두 다리로 걷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 사람은 좀처럼 두 다리로 나들이를 다니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몰아 돌아다니는 재미를 누린 사람은 자동차를 싱싱 몰아 어디로든 다녀요. 이와 마찬가지인데, 자동차를 몰며 재미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굳이 자동차를 몰지 않습니다.
.. 매니저를 두고 사서 고생이라는 주변 말들은, 자전거로 자동차를 앞서는 희열을 떠올리며 가볍게 무시한다. 녹화를 위해 여의도까지 나는 자전거, 매니저는 자동차로 경주를 하면 내가 먼저 도착하기가 일쑤다. 꽉 막힌 도로에 갇힌 매니저는 내가 중간에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리라 의심하지만, 자전거로 25분이면 충분하다 .. (19쪽)
나는 2009년에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 펴냄)라는 책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2009년에 내놓은 이 책에 담은 글은 2006∼2007년 사이에 자전거마실 다니며 썼습니다. 묵은 글을 엮었다 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자전거마실 다니면서도 막상 ‘자전거로 마실 다니는 이야기’를 쓰지 않았어요. 2006년에 접어들어 비로소 ‘자전거로 다니는 이야기’를 썼어요. 왜냐하면,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 퍽 많고, 자전거모임 꽤 많은데, 정작 ‘자전거로 누리는 즐거움’이라든지 ‘자전거로 달리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안 보였어요. 아니, 아예 안 보였다 할 수 있어요. 자전거꾼도 자전거모임도 온통 ‘자전거 업그레이드’하고 ‘자전거 여행’하고 ‘자전거 정비’ 이야기만 맴돌았어요.
내 자전거 이야기책 펴낸 출판사에서는 2004년에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을 앞서 내놓았어요. 일본 어느 신문기자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바꾼 이야기를 담은 책이 《즐거운 불편》이에요. 이 책을 쓴 일본 신문기자는 모든 삶을 ‘즐겁게’ 맞아들여 누리는데, 둘레에서는 모두 이녁을 ‘굳이 불편하게 살려 한다’고 바라본대서, 책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해요.
《즐거운 불편》을 쓴 일본 신문기자는, 맨 처음에는 ‘자전거 출퇴근’이었지만, 하나씩 이녁 삶을 바꾸면서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어요. 나중에는 식구들 먹을거리를 텃밭농사로 길러 보자고 생각하고, 아예 논농사까지 생각하며 참말, 모내기도 하고 가을걷이도 스스로 합니다. 신문기자로 바쁜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텃밭을 일구느냐 궁금해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뜻을 세우고 꿈을 키우면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요. ‘자전거 출퇴근’만 뜻을 세워서 할 만한 일이 아니라,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마련해서 가장 정갈하고 좋은 삶 일구겠다는 뜻을 스스로 세워서 할 만한 일이에요.
곧,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 누리는 사람이라면, 자전거에서 그치지는 않으리라 느꼈어요. 자전거를 타면서 교통과 환경과 도시를 다시 생각합니다. 교통과 환경과 도시를 다시 생각하면서, 내 삶과 일과 이웃을 다시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가를 다시 생각하고, 내가 참으로 사랑하며 누릴 일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요.
‘자전거 출퇴근’을 하더라도, 생각과 삶은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아요. 생각은 곳곳으로 갈래를 뻗어요. 그런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분들이 쓰는 자전거 이야기책은 너무 틀에 박혀요. 새로운 생각이나 넓어진 마음이나 깊어진 사랑을 좀처럼 담지 못해요.
.. 대부분의 자출족은 자전거는 타지만 정작 자전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 쉽사리 버려지는 자전거 때문에 커다란 환경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관리 소홀로 버려지는 자전거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얘기다 .. (127, 248쪽)
김병만·최제남 님이 쓴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바이클로지,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책 겉에 ‘개그장인 김병만이 직접 말하는 자전거, 그리고 나’라는 글월 적힙니다. 연예인이면서 자전거로 일터를 오간다는 김병만 님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김병만이 말하는 자전거 정비와 수칙’ 이야기는 있지만, ‘나(김병만)와 자전거’라 할 만한 이야기는 없다고 느낍니다. 248쪽에 걸친 책인데, 김병만 님이 생각하는 자전거라든지, 김병만 님이 바라는 자전거 문화라든지, 김병만 님이 바라는 자전거 정책이라든지, 김병남 님이 스스로 자전거를 즐기거나 누리는 이야기는 8쪽쯤 될까 싶고, 240쪽에 걸친 이야기는 ‘자전거 정비와 수칙’과 얽힌 자료와 정보입니다.
.. 유럽을 갔을 때였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세계적인 역사 유적지나 박물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자유롭고 당당한 자전거였다 … (지하철역) 자전거 거치대와 빈약한 햇빛 가림막 정도로만 설치되어 있어서 아쉽다. 지금처럼 사방이 뻥 뚫린 형태는 비가 많은 우리 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 비가 내리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전시물 같은 인상이다 .. (20, 33쪽)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많은데, 막상 사진을 즐기는 이야기를 쓰는 분이 매우 드뭅니다. 사진을 더 예쁘게 찍거나 잘 찍도록 꾀하는 길 다루는 책만 많습니다. 사진기 다루는 수칙에서 벗어나는 사진책이 아주 적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 많지만, 정작 자전거를 즐기는 이야기를 쓰는 분은 왜 이리 드물까요. 자전거를 더 멋스럽게 타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지만, ‘자전거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책이 몽땅 자전거를 정비하는 길이나 더 잘 타는 길만 다룬다면, 굳이 새로운 자전거책 쓰거나 내놓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저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른 자전거를 즐깁니다. 저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 다른 자전거로 하루하루 기쁘게 웃고 달립니다. 기쁜 웃음과 즐거운 땀방울 그득 서린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야기’와 ‘자전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올 두 올 적바림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