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78) 광란의 1 : 광란의 연주
광란의 연주도 끝났네 / 악사가 잠시 떠난 자리
《이문숙-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창비,2009) 32쪽
‘연주(演奏)’는 악기를 타거나 다루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 한자말은 한자말이라 느낄 수 있고, 누구나 흔히 쓰는 한국말로 여길 수 있습니다.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되고, 때로는 ‘켜다’나 ‘뜯다’나 ‘타다’나 ‘치다’나 ‘들려주다’나 ‘다루다’ 같은 말로 손볼 수 있습니다. ‘잠시(暫時)’는 ‘한동안’이나 ‘한때’나 ‘살짝’이나 손질할 만한 한자말이에요. 그러나, 이 한자말도 즐겁게 쓰고픈 분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한자말을 즐겁게 손질하고픈 분들은 즐겁게 손질해서 쓰면 됩니다.
‘광란(狂亂)’은 “미친 듯이 어지럽게 날뜀”을 뜻합니다. “광란의 도가니”나 “광란의 축제”처럼 쓴다고 합니다. 아마 이렇게도 쓸 수 있고 저렇게도 쓸 수 있겠지요. 다만, 이 나라에 ‘광란’과 같은 한자말이 들어와서 쓰이지 않던 지난날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1800년대에는, 1700년대에는, 1500년대에는, 사람들이 어떤 말로 어떤 마음을 나타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광란의 연주도
→ 미친 듯한 연주도
→ 미친 연주도
→ 미쳐 날뛰는 연주도
→ 날뛰는 연주도
…
말뜻을 살핀다면 “어지럽던 연주”나 “어수선하던 연주”나 “시끌벅적하던 연주”나 “북새통 같던 연주”로 다듬어도 잘 어울립니다. “시끄럽던 연주”나 “시끌시끌하던 연주”나 “귀청 찢는 듯한 연주”로 다듬을 수도 있어요. 어떤 모습을 어떤 이야기로 담아낼 때에 가장 알맞으며 즐거울까를 생각하면, 말길을 솔솔 틀 수 있습니다. 4346.5.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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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던 연주도 끝났네 / 악사가 살짝 떠난 자리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