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두 발

 


  아이들은 스스로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알까. 아마 알는지 모르고, 모를는지 모른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그러면,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를 어느 만큼 알까. 어버이로서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모르는 사람 있다면, 어버이가 모르는 삶이란 서로한테 얼마나 좋은 일이 될까.


  큰아이가 무릎에 그림책 얹는다. 동생을 불러 옆에 앉힌다. 그림책을 동생 무릎에도 나란히 얹는다. 누나 발이랑 동생 발이 나란히 마룻바닥에 있다. 여섯 살 누나는 여섯 살 누나대로 그림책 읽으며 발가락 꼼지락, 세 살 동생은 세 살 동생대로 그림책 들여다보며 발가락 꼬물.


  책을 눈으로 읽는지, 손으로 읽는지, 발로 읽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으리라.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아로새기리라.


  아이들은 재미없는 책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재미있구나 싶은 책만 골라서 천 번 만 번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읽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 어른들도 재미있는 책만 골라서 읽을 노릇이다. 스스로 가장 재미있고 좋으며 아름답다 여기는 책을 골라서 천 번 만 번 자꾸자꾸 되풀이하며 읽을 노릇이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운 책을 찾아서 읽으며 몸이랑 마음 모두 가장 사랑스러운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북돋울 노릇이다.


  사랑을 읽어 사랑이 된다. 꿈을 읽어 꿈이 된다.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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