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259) 저간의 1 :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다

 

마리아네는 페트라의 사망 후 보험회사를 상대로 처리할 일이 있었을 때도 “페트라 켈리에게 어머니가 계신 줄은 몰랐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직원을 상대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야 할 정도였다
《새라 파킨/김재희 옮김-나는 평화를 희망한다》(양문,2002) 58쪽

 

  “페트라의 사망(死亡) 후(後)”는 “페트라가 죽은 뒤”로 고쳐 줍니다. ‘설명(說明)해야’는 ‘말해야’나 ‘이야기해야’로 고치고, ‘정도(程度)’는 ‘판’으로 고칩니다. “보험회사를 상대(相對)로 처리(處理)할 일이”나 “직원을 상대(相對)로”는 그대로 둘 수 있지만, “보험회사에 가서 할 일이”나 “직원한테”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한자말 ‘저간(這間)’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 요즈음”처럼 나옵니다. 곧, 이 한자말은 안 써야 옳다는 뜻입니다. 한국말 ‘요즈음’을 써야 알맞다는 뜻이에요. 여기에, 뜻이 같은 ‘요즈막’이나 ‘요사이’를 때와 곳에 따라 잘 쓰면 됩니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야
→ 요즈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 요즈막 일을 알려주어야
→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말해야
→ 그동안 있던 일을 얘기해야
→ 그동안 벌어진 일을 들려주어야
 …

 

  국어사전이 국어사전답자면,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투를 올바로 바로잡는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림말 잔뜩 싣고, 말뜻과 말풀이 찬찬히 붙이려고 애쓰기도 해야 하는 한편, 사람들이 말과 글을 슬기롭게 깨달아 똑바로 쓰도록 북돋우는 구실을 함께 할 때에 아름답습니다.


  안 써야 옳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어야 옳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어야 하는 낱말이라면, 이런 낱말을 어떻게 다듬거나 털어내면 되는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보여주어야지 싶어요. 말뜻만 찾는 국어사전을 넘어, 말삶 밝히고 말넋 일구는 길동무와 같은 국어사전이 태어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4338.7.6.물./4346.5.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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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네는 페트라가 죽은 뒤 보험회사에 가서 할 일이 있었을 때에도 “페트라 켈리한테 어머니가 계신 줄은 몰랐다.”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직원한테 요즈음 무슨 일이 있었나 말해야 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667) 저간의 2 :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기에 이른다

 

1900∼1960년 사이의 중동 석유의 역사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기에 이른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다국적 기업이란 무엇인가》(민중사,1983) 20쪽

 

  첫머리 “1900∼1960년 사이의 중동 석유의 역사 하나”에 토씨 ‘-의’가 두 번 나옵니다. 이 대목은 “1900∼1960년 사이 중동 석유 역사 하나”처럼 ‘-의’만 덜어도 됩니다. “짐작(斟酌)하기에 이른다”라 했는데 “짐작할 수 있다”로 고쳐야지요. “생각하기에 이른다”나 “걱정하기에 이른다”라 말하지 않잖아요. 번역이 어설픕니다. 그런데, 더 생각하면, “짐작하기에 이른다”는 “알 만하다”나 “헤아릴 만하다”나 “깨달을 수 있다”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기에 이른다
→ 그동안 어떠했는지 헤아릴 수 있다
→ 요즘 흐름을 알 수 있다
 …

 

  이 보기글은 일본책을 겉훑듯 한국말로 옮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는, 영어사전만 뒤적이면서 어설피 옮겼구나 싶습니다. 이 나라에는 한국말 다루는 국어사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말 제대로 가르치는 책이 못 되는데, 이 나라에서 나오는 영어사전도 ‘영어를 한국말로 어떻게 옮길 때에 알맞고 바르며 아름다운가’ 하는 대목을 살피지 못해요. 한국말부터 한국말답게 바로서지 못한 탓에, 한국사람이 영어를 배울 적에도 똑바로 배우지 못합니다. 일본말을 배우거나 중국말을 배울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글만 한글이라서 한국말 되지 않아요. 껍데기는 한글이라 하지만, 이 보기글처럼 엉성하거나 아리송하게 쓰면, 한국말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속살이 곱게 빛날 때에 한국말이고, 알맹이가 환하게 드러날 때에 한국말입니다. 4339.7.9.해./4346.5.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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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1960년 사이 중동에서 석유를 놓고 어떤 일 있었나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요즈음 흐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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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73) 저간의 3 : 저간의 사정을 짐작케

 

게다가 ‘새어머니가 소년에 대한 관심이 적은 듯하다’라는 소년분류심사서의 보고 내용도 저간의 사정을 짐작케 했다
《천종호-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2013) 202쪽

 

  “소년(少年)에 대(對)한 관심(關心)이 적은 듯하다”는 “아이한테 눈길을 안 둔다”나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로 풀어서 적을 때에 뜻이 잘 드러납니다. “소년분류심사서의 보고(報告) 내용(內容)도”는 “소년분류심사서에 적힌 이야기도”로 손봅니다. “짐작(斟酌)케 했다”는 “알려준다”나 “보여준다”나 “들려주다”로 손질합니다.

 

 저간의 사정을 짐작케 했다
→ 그동안 있을 일을 알려준다
→ 이제껏 있던 일을 보여준다
→ 여태까지 숨겨진 모습을 밝혀 준다
→ 여러 이야기를 알려준다
→ 숨겨진 얘기를 들려준다
→ 뒷이야기를 드러낸다
 …

 

  한자말 ‘저간’은 ‘요즈음’을 뜻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요즈음’이라는 낱말을 넣어 고쳐쓸 수 있습니다. 글흐름을 더 살피면, 이 대목에서는 ‘요즈음’뿐 아니라, ‘그동안’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보여준다 할 만하고, ‘이제까지’ 어떤 이야기 있었나를 밝힌다 할 만합니다. ‘숨겨진 이야기’나 ‘감춰진 이야기’나 ‘뒷이야기’나 ‘속이야기’ 같은 말마디로 더 또렷하게 적을 수 있어요. 4346.5.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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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새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듯하다’ 하고 소년분류심사서 적힌 이야기도 이제껏 어떠했는가를 보여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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