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고무신 책읽기
여섯 살 큰아이가 맨발에 노란고무신 신기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늘 맨발에 고무신을 신기 때문일까. 고무신이 다른 어느 신보다 홀가분하기 때문일까. 한동안 빨간 빛깔 구두와 진달래빛 구두에 목을 매더니, 이제 고무신을 아주 자주 즐겨 신는다. 노란고무신 신고 읍내나 면내를 다녀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시골 아이가 시골스럽게 고무신 신을 뿐인데, 뭐가 대단하다고 쳐다볼까. 순천이나 일산이나 인천이나 서울에 가면, 또 아이가 고무신 꿰었다고 쳐다본다. 고무신이든 구두이든 운동신이든 뭐가 대수롭다고 쳐다볼까. 아이를 쳐다보는 사람 있으면 나는 그 사람 얼굴 반히 쳐다보아 준다. 여보쇼, 댁 얼굴 반히 쳐다보아 주니 기쁩데까.
책방에 마실을 함께 간다. 노란고무신 큰아이가 높다란 걸상에 만화책 하나 들고 올라앉는다. 집에서 늘 하듯 발을 톡톡 털면서 책을 읽는다. 걸상이 높다란 만큼 발을 털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 넌 네 삶만 보고, 넌 네 보고픈 예븐 것만 보고, 넌 네 마음빛 환하게 느끼면서 하루를 누리렴. 즐겁게 놀며 예쁘게 빛날 숨결로 이 땅에 찾아온 네 넋을 한껏 밝히면서 하루하루 씩씩하게 놀며 뛰고 날다가는 가끔 책도 읽으렴. 4346.5.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