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는 마음
읍내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 우리 앞자리에 아기 업은 어머니 한 분 앉습니다. 한눈에 동남아시아에서 이리로 시집오신 분인 줄 알아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어떤 곳에서 태어나 자라셨을까요. 그곳 도시에서 나고 자라셨을까요, 그곳 시골에서 나고 자라셨을까요. 한국은 동남아시아하고 견주면 추운 나라일 테지만, 고흥 시골마을은 그럭저럭 따스하다 할 만한 곳이 될까요.
일곱 달짜리라 하는 아기는 어머니 등에 업혔으나 몸을 돌려 자꾸 뒤를 보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만 한 나이에 저러했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여섯 살 큰아이도 세 살 큰아이도 어머니 등에 업힌 채 버스를 타면, 참말 한손을 뻗어 무언가 쥐려 했구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주 단단히 붙잡아 잘 놓지 않았어요. 갓난쟁이 아귀힘이란 어른 생각과 달리 무척 세지요. 이 아귀힘으로 어머니 품에 꼬옥 매달리고, 어머니 손도 힘껏 붙잡을 테지요.
내 옆에 앉은 작은아이는 앉은키 아직 작으니 앞자리 아기가 보일락 말락 합니다. 그래도 냄새로 느꼈을는지 모르고, 손가락 보며 알아챘는지 모릅니다. 두 아이 손이 오락가락 이곳을 잡고 저곳을 만지며 할 적에 작은아이 손을 들어 앞자리 아기 손 위에 척 얹어 봅니다. 작은아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아기 예뻐? 아기 손이야.” 그러고는 나도 작은아이 손 위에 내 손을 나란히 얹어, 세 손이 겹치게 해 봅니다.
손과 손과 손이 모입니다. 일곱 달 갓난쟁이는 어떤 기운을 느낄까요. 앞자리 아기와 어머니는 먼저 내립니다. 예전에는 이 아주머니가 혼자 다니는 모습을 더러 보았는데, 일곱 달이라 했으니 그동안 아기를 배고 낳고 이렇게 다니시는군요. 시골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다니노라면, 우리 식구처럼 아이들 데리고 군내버스 타는 ‘한국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아이 있는 ‘한국사람(?)’은 거의 하나같이 자가용을 몰아요. 자가용을 안 몰고 군내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한국사람(?)’ 보기란 아주 힘들어요.
앞자리 어머니와 아기가 내리려 하니, 내 옆 작은아이가 벌떡 일어섭니다. 서운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응, 이제 내렸어. 다음에 또 보면 되지.” 말없이 빙긋싱긋 웃으며 앞자리 아기 손을 만지며 좋아하던 작은아이야, 너는 네 손으로 어떤 숨결을 느꼈을까. 네가 느낀 숨결을 네 가슴은 어떻게 아로새기려나.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