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 (도서관일기 2013.5.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 4월에 인천에 처음으로 ‘사진책도서관’을 열면서 가장 깊이 살핀 책 갈래는 사진책보다 환경책이었다. 사진책을 알뜰히 갖추는 도서관으로 꾸리려는 마음이면서도, 사진과 책과 사진책 헤아리는 사람들 마음밭에 ‘환경책 돌아보고 아끼는 숨결’ 깃들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손이 맨 먼저 들여다보는 책꽂이에는 환경책을 꽂았고, 사진책을 보여주기 앞서 환경책을 보도록 이끌었다.


  전남 고흥에서 씩씩하게 잇는 도서관에서는 예전처럼 환경책을 맨 먼저 보여주지 못한다. 인천에서는 마흔 평쯤 되는 건물 한 층만 쓸 수 있었고, 고흥에서는 옛 흥양초등학교 교실 넉 칸을 쓰기에, 이제 환경책은 두 번째 교실로 들어오고, 두 번째 교실에는 환경책과 문화책과 예술책과 종교책과 국어사전과 한국말 자료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에 있다.


  새로 들인 나무책꽂이에 환경책을 옮겨 꽂는다. 환경책과 등을 맞댄 나무책꽂이에는 ‘묵은 책’을 꽂는다. 쉰 해를 묵는다든지 일흔 해를 묵는다든지 하면서 오랜 나날 살아낸 ‘묵은 책’을 등 맞댄 자리에 꽂는다.


  환경책을 한 자리에 널따랗게 꽂고 보니 시원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는지 모르나, 나로서는 시원하다. 갓 나올 적에 장만한 환경책, 판이 끊겨 사라진 녀석을 헌책방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환경책, 나라밖에서 나온 환경책, 여러 가지 골고루 섞는다. 나무책꽂이 한쪽은 너비가 좁아, 이곳에는 책을 안 꽂기로 한다.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물건을 놓자고 생각한다.


  이라크에 군인 보내지 말자고 외치던 분들이 ‘밥굶기싸움’을 하던 때 나누어 주던 노란 수건을 나무책꽂이 두 칸 빈틈에 박는다. 이 노란 수건을 여러 해 자전거에 매달고 다니기도 했다. 오래도록 비바람 맞으며 애썼으니 도서관 책꽂이 한쪽에서 조용히 쉬렴.


  큰아이는 바퀴칠판에 그린 그림을 지웠다가 새로 그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꽁무니 졸졸 좇으며 논다. 큰아이가 동생한테 그림책 읽어 주기도 한다. 아버지 눈치 슬슬 보면서 무언가 개구진 장난을 치기도 한다. 다 좋은데 마실 물은 엎지르지 말자. 아직 우리 도서관에서는 전기도 물도 못 쓰잖니. 물 엎으면 다시 길어와야 해. 게다가 너희들 도서관에서 물놀이 하다가 물잔 하나 깨뜨렸어.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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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1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오늘따라 더욱 환하고 시원합니다.~
벼리와 보라는, 오늘도 여전히 즐겁고 기쁘게 놀고 있군요.~^^
정말 행복한 아이들이에요. ^^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야되는데요..
ㅎㅎ 산들보라는 오늘 누나의 머리띠를 했네요~? 하얀 고무신도 이쁜 궁둥이도 너무 귀여워요. ㅋㅋ

숲노래 2013-05-16 00:10   좋아요 0 | URL
모든 아이들도,
모든 어른들도
즐겁고 가벼운 마음 되어
하루 누릴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