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5.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을 꾸리자면 맨 먼저 책을 잘 갖추어야 한다. 책이 없는 도서관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건물이 으리으리하지만 책이 없을 때에는 도서관이랄 수 없다. 책꽂이는 훌륭하지만 책이 어설프다면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건물이 낡더라도 책이 빛나야 하고, 책꽂이가 모자라더라도 책이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도서관 많이 늘어나고, 사서자격증 따면서 도서관지기 되는 일꾼 꾸준히 태어난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에는 도서관다운 도서관은 퍽 드물다고 느낀다. 건축이나 겉모습으로 그럴듯하거나 대단해 보이는 도서관은 제법 있지만, 갖춘 책과 자료로 아름답거나 빛나 보이는 도서관은 잘 늘어나지 않는다. 도서관지기 되는 일꾼도 행정이나 관리나 사업이나 행사라는 틀을 넘어, 책을 깊고 넓게 말하면서 다루는 쪽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이 나라 도서관은 ‘책 사는 돈’을 얼마쯤 쓸까. 이 나라 도서관은 인건비와 관리비와 행사비에 돈을 얼마쯤 쓸까. 도서관 건물이 크면 클수록 인건비와 관리비에 나가는 돈이 크다. 도서관 건물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책을 덜 장만해서 덜 갖춘다고 느낀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이 꾸준히 있는데, 도서관은 날마다 새로운 책 얼마나 알뜰히 갖추고, 예전에 나온 책은 얼마나 잘 살피거나 찾아서 갖추려 할까.


  함께살기 도서관에 새 책꽂이를 들인다. 압축합판으로 댄 책꽂이는 퍽 많은 숫자를 값싸게 들일 수 있어, 한동안 이 책꽂이를 썼지만, 곰팡이 먹는 걱정 때문에 모두 갈아야 한다고 느껴, 소나무 책꽂이를 들인다.


  골마루에 새 책꽂이(그렇지만 헌 책꽂이)를 쌓는다. 자리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헤아린다. 압축합판 책꽂이는 앞으로 책을 꽂는 데에는 쓰지 말고, 다른 것 놓는 데에 쓰자고 생각한다. 오래된 물건이나 재미난 여러 가지 늘여놓는 데에 쓰면 좋으리라 느낀다. 네 번째 교실을 전시장으로 쓰면 되겠지. 그러고 보니, 교실마다 어떤 책 두었는가를 밝히는 종이 한 장 안 붙인 채 이제껏 지냈다. 그림종이에 색연필로 알림종이를 그려야겠구나.


  젓가락나물꽃 곳곳에서 핀다. 딸기꽃은 하나둘 지면서 알이 여물려고 한다. 큰아이와 옆지기가 딸기알 기다리는데, 앞으로 더 기다려야 들딸기 맛을 볼 수 있겠다. 김지연 님 사진책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을 꽂는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도 사진책으로 여겨 사진책 칸에 꽂는다. 사진책 즐기러 함께살기 도서관 찾아오는 발길이 아직 얼마 없지만, 도서관 책꽂이는 차근차근 빽빽해진다. 지난 1월에 장만한 김수만 님 사진책 《한국의 새》(아카데미서적)도 곧 느낌글 하나 쓴 뒤 도서관에 두어야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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